'No CNN,No China Negative News(CNN 반대,중국에 대해 부정적 뉴스를 보도하지 마라).'

21일 한 중국 여인이 이런 팻말을 들고 서있는 사진이 중국 언론에 실렸다.

미국 거주 중국인들이 CNN의 보도 내용에 반발,애틀랜타의 CNN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장면이었다.

달라이 라마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국 까르푸의 매장 앞은 휴일인 지난 20일 시위광장으로 변했다.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시위 인파가 모였다는 게 홍콩 언론들의 보도다.

티베트 사태가 베이징올림픽과 연결되면서 중국 전체가 흥분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이징에 사는 한국 기업의 한 주재원은 "1970년대와 80년대의 한국을 연상시킨다"다고 말했다.

무장간첩이 나타났다고 혈서를 쓰는 섬뜩한 모습을 TV에서 생중계하던 '관제 데모'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맹목적 애국주의에 중국이 휩쓸린 듯한 모습이 과거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의 지금 상황은 관제 데모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컴퓨터 메신저인 MSN엔 최근 달라진 게 있다.

중국인들의 아이디 앞에 빨간색 하트가 달린 China라는 문양이 붙어 있다.

'중국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이 문양은 한 중국인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삽시간에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MSN 메신저에서 중국을 사랑한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관제'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군중심리에 편승한 것일 수도 있다.

철저히 통제되고 왜곡된 교육을 받아 그렇다고 폄하한다면 딱히 변명해줄 말도 없다.

'중화주의'라는 편협한 길로 빠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강성해지는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방의 우월주의가 이런 현상을 야기한 한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차이나(China)'가 아니라 중국의 중국어 발음인 '종궈(Zhongguo)'로 영문표기를 바꾸자는 주장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중국의 민족주의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런 민족주의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꼼꼼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