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용강철 사장 "그림자 보면서 잘못된 스윙 고쳐요"
디자인 회사인 ㈜디자인블루를 운영하는 용강철 사장(52)은 골프를 잘 치게 된 비결을 묻자 '독기'라고 답했다.

그 '독기'를 품게 된 계기는 동료들이 제공했다.

1996년 6월에 골프를 시작한 용 사장은 채 한 달이 안 돼 동료들에게 끌려가 필드에 섰다.

용 사장만 초보였고 동료들은 80타대 스코어를 내는 수준.그날 50만원 정도 들고 갔다가 모두 잃었다.

이후에도 툭하면 불려나가 돈을 '갖다 바쳐야' 했다.

보통 10점 정도를 접어줬지만 100타를 넘게 치는 초보자가 경쟁이 될 리 없었다.

"그해 동계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제 돈을 따간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1년 뒤 반드시 '싱글'이 돼 '앙갚음'을 하겠다고 결심했지요."

용 사장은 겨우내 집 근처 연습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불을 켜고 연습했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쉬지 않았다.

얼마나 연습했던지 왼 손바닥이 피로 물든 적도 있었다.

레슨도 철저하게 받았다.

[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용강철 사장 "그림자 보면서 잘못된 스윙 고쳐요"
시즌이 다가오자 1주일에 두 차례 새벽에 9홀 퍼블릭코스인 올림픽CC를 혼자 방문해 '조인 라운드'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여름이 되면서 결전의 날이 왔다.

워낙 독하게 연습한 터라 동료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실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서너 차례 연거푸 이기자 '꼬리'를 내렸다.

그 다음부터는 용 사장이 오히려 핸디캡을 10점씩 주고 치게 됐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용 사장은 골프를 즐겁게 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즐기는 골프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절대로 잘 칠 수 없습니다.

사업을 즐기면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려면 회사 내에 긴장감이 팽팽해야 하지요.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결코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그는 라운드 전날에는 술을 마시지 말고 육식도 피하라고 말한다.

술을 마셨을 경우 1시간 전 골프장에 도착해 좌욕 등을 통해 몸을 미리 풀어주라고 권했다.

용 사장도 잘 치려고 하지 않는 때가 있다.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다.

"한번은 사업상 거래하는 분과 라운드를 하면서 '18홀 올 파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 후엔 다시 저와 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분위기를 봐 가면서 합니다."

용 사장은 라운드 도중 샷이 잘 안 되면 그림자를 보면서 교정한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연습하다가 우연히 그림자를 보니까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게 되더군요.

그림자를 등에 업고 스윙하면 하체가 흔들린다든지,릴리스가 잘 안 된다든지,스윙이 너무 크다든지 나름대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