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2일 내놓은 쇄신안에서 해체하기로 결정한 그룹 전략기획실은 한마디로 '삼성집단'의 컨트롤 타워이자 그룹의 시종(始終)을 관통하는 골간 조직이었다.

'삼성 2인자'로 통하는 이학수 부회장이 이끄는 전략기획실은 1959년 이병철 전 회장 시절의 비서실로 출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즈음에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개편됐다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2002년 대선자금, 세칭 'X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뒤 2006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삼성은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시비 등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의미에서 2006년 이른바 2.7선언을 발표할 당시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면서 그룹 계열사 통제수단으로 비판받던 구조본을 축소하고 전략기획실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당시 구조본은 1실5팀, 147명에서 3팀 99명의 전략기획실로 몸집을 줄였다.

특히 전략기획실은 구조본의 핵심 기능인 재무와 경영진단을 통합해 전략지원팀을 출범시켰다.

현재 전략지원팀은 김인주 사장이 팀장으로 있으면서 경영지원(재무. 최광해 부사장)과 경영진단(감사. 최주현 부사장) 담당을 두고 있다.

전략기획실 조직은 이밖에 기획홍보팀(팀장 장충기 부사장), 계열사 임원임사를 담당하는 인사지원팀(팀장 정유성 전무)을 포괄함으로써 3개팀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기획실은 구조본을 축소, 재편한 형태의 겉모습을 갖췄으나 회장 보좌, 계열사 업무 조정, 그룹 자금 총괄관리 등 핵심 역할은 고스란히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맥락에서 삼성은 전략기획실과 이 회장, 계열사 사장단을 그룹 경영을 이끄는 '3각 편대'로 불러왔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이 회장의 지도력, 전략기획실의 전략 경영, 계열사 사장단의 추진력이 결정적이었다고 보기 때문에 삼성맨들은 당초 전략기획실의 수술이 있더라도 그같은 비즈니스 본류(本流)에 연관된 기능과 역할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삼성은 차명계좌와 주식 등으로 이건희 회장의 자금을 관리, 운용해온 부정적인 '그늘'만 수술대에 올리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아예 해체라는 강도높은 원인치료 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하지만 전략기획실의 전략적 기능, 다시말해 계열사간 중복 사업 정리와 투자 배치, 신수종사업 발굴, 자금흐름 지휘 등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삼성 계열사들의 순조로운 손발 맞추기와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