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선을 넘어선 피로감에 코스피 지수가 닷새 만에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발표한 삼성그룹주가 약세였지만, 지수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며 양호한 조정 흐름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가 동반 약세였지만 역시 투자심리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2.99P(0.72%) 내린 1787.49P로 거래를 마감했다.

밤사이 美 뉴욕증시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주의 실적 부진으로 다우지수가 약보합을 기록했다. 전날 1800선을 돌파하며 나흘째 올랐던 우리 증시도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열기를 식혔다.

종일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한 접전을 벌인 하루였다. 이에 주요 투자주체들의 순매수와 순매도 규모는 크지 않았다. 다만 기계적인 매매인 프로그램 매수가 조정 와중에 바닥을 든든히 받쳤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은 181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60억원 순매수, 기관은 392억원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136억원 매수우위였다. 차익이 1488억원 순매수, 비차익이 351억원 순매도였다.

업종별로는 강보합을 보인 음식료, 의약, 운수장비, 운수창고 외의 업종들이 모두 조정을 받았다.

이날 쇄신안을 발표한 삼성그룹주는 대체로 하락했다. 그룹 지주사 후보로 꼽혔던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이 지주사 추진을 늦추겠다는 발표에 9%대 급락했다. 호텔신라도 7%대 하락했다. 삼성증권삼성화재는 각각 4%대, 3%대 약세였다. 삼성전기삼성중공업은 약보합세였다.

그러나 핵심 IT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강보합,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의 매각 가능성이 부각된 삼성카드는 1.27% 상승하며 삼성그룹 쇄신의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은행, 금융업종은 미국 뉴욕증시의 금융주 실적 부진 영향으로 2%대 약세를 보였다.

이번 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날 크게 올랐던 자동차주는 하루 쉬어갔다. 현대차가 약보합,기아차는 3%대 하락했다.

전기전자는 약보합세였다. 삼성그룹주 약세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강보합으로 견조했고, LG디스플레이하이닉스도 강보합을 기록했다. 최근 강세를 이어갔던 LG전자가 차익매물이 나오며 3%대 조정을 받았다.

보험업종은 2%대 조정 받았지만, 제일화재를 둘러싼 M&A 이슈는 여전히 뜨거웠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적대적 M&A를 선언한 제일화재는 닷새째 상한가를 지속했다.

전날 한화그룹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대주주인 제일화재 인수의사를 발표하며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화그룹에서 제일화재를 인수해 한화손해보험과 통합하겠다고 밝히며 한화손해보험이 장중 최고 14%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한화손해보험은 한화손보가 아닌 다른 한화 계열사들이 제일화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공시를 내놓자 장중 상승폭을 반납하며 1%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강문성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주가 대부분 약세였지만, 삼성전자 등 IT계열사들의 주가가 견조해 오늘 증시의 하락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 21일 1800선 돌파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라고 풀이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주 하락 영향으로 코스피의 금융주가 약세였지만 역시 조정폭은 양호했다”며 “국내외 증시가 호재에는 민감하고 약재에는 둔감해지며 내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 11개 종목을 포함해 31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 종목을 포함해 482개 종목이 하락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