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 돕는 석왕사에 '報恩의 불상' 기증
"지금 한국에는 1만5000명 이상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있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헌신적으로 지원해준 석왕사에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리며 양국 간 불교 교류는 물론 문화와 경제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궁 정원.마힌다 라자파크세 대통령이 스리랑카 특산 보석인 돌라마이트로 조성한 불상을 경기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 스님)에 기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담 스님과 석왕사 신도 등 90여명의 한국 방문단,스리랑카 불교 종단 지도자와 정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한국 이주 스리랑카 노동자를 위한 불상이운 법회'에서였다.

이날은 4월13일이 설날인 스리랑카의 새해 첫 '포야 데이'였다.

'포야 데이'는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절을 찾아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스리랑카의 불교 명절.한국의 정월 대보름에 해당하는 이날 라자파크세 대통령은 법회에 이어 한국 방문단을 위한 리셉션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한국에 대한 큰 관심을 표시했다.

또 이날 기증한 불상을 대통령궁에 모셔놓고 그동안 매일 기도를 올리며 정성을 들였다고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라자파크세 대통령은 "불교를 믿는 나라끼리 힘을 합치면 전 세계가 평화롭고 모두가 즐겁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가 석왕사에 불상을 기증한 것은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를 지원해온 데 대한 보은 차원이다.

영담 스님은 1994년 원혜영 의원,김문수 경기 지사,지성수 목사,고 제정구 의원의 동생인 제정원 신부 등과 함께 '부천 노동자의 집'을 범종교적으로 만들어 구타·임금체불 등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재취업,언어·컴퓨터 교육,의료·법률지원 등을 주도해왔다.

또 석왕사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고 문화잔치도 해마다 열고 있다.

국민의 15%가 해외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로선 이 같은 석왕사의 지원 활동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1500달러에 불과한 스리랑카 경제에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이 때문에 스리랑카는 지난해 해외에 파견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선발,교육,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해외인력고용청을 신설했고 킹슬리 라나카와 청장이 지난해 '부천 노동자의 집'과 석왕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 명의의 불상 기증을 제안했다고 한다.

라자파크세 대통령이 기증한 불상은 높이 2m의 좌불로 다음 달 12일 부천 석왕사에서 봉불식을 갖고 봉안된다.

콜롬보(스리랑카)=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