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회사분할 압력을 받고 있는 씨티그룹 경영진이 '위기 탈출' 해법을 구하기 위해 금융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휴렛팩커드(HP)를 최근 찾아간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씨티 경영진이 HP 경영진과 만난 것은 현재 씨티가 처한 상황이 3년 전 경영위기를 겪은 HP와 유사한 데다,HP가 사업을 분할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을 견뎌내고 구조조정과 혁신 등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이 착수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에서 정보기술(IT)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씨티가 IT 간판 기업인 HP를 찾은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HP는 2005년 2월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났을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PC사업부를 프린터사업부에서 떼어내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 취임한 마크 허드 CEO는 재빨리 회사분할은 없다고 못박았고,비용 절감 등을 통해 PC 부문 회생에 힘썼다.

그 결과 PC 부문의 수익성은 경쟁사인 델과 거의 맞먹을 정도가 됐다.

덕분에 지난해 주가도 17% 뛰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지난해 주가가 54%나 추락한 씨티도 주ㆍ카운티ㆍ시 근로자연맹(AFSCME) 등의 주주로부터 투자은행 부문을 상업ㆍ소매은행 부문에서 떼어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팬디트 회장은 "씨티의 유니버설 뱅킹 모델은 단점이 아닌 강점"이라며 맞서고 있다.

팬디트 회장은 또 6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IT와 관리 부문 중심으로 최고 2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씨티는 1분기에 종전과 같은 주당 32센트의 분기 배당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월가에선 씨티가 자본금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없앨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