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경영쇄신책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직을 사임한 후 여건이 열악(劣惡)한 해외사업장에서 시장개척 업무를 담당키로 했다.

또 그룹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한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잔무처리가 끝난 후 일체의 직을 사임키로 한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경영쇄신책은 삼성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얼마나 고심을 거듭했는지 역력히 드러내준다.

특히 이 회장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을 사임키로 한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각오가 비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발돋움시킨 주역의 퇴진은 삼성뿐 아니라 우리 경제계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 분명한 만큼 아쉽기 짝이 없다.

아무튼 삼성은 앞으로 경영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에 한층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그룹차원의 경영전략과 구조조정 등을 맡아온 전략기획실 해체가 각 계열회사들의 운신(運身)의 폭을 늘려주는 한편 그룹내부거래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이는 성과로 연결돼야 할 것이다.

또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치 않겠다'는 약속도 경영투명성 제고(提高)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것은 현실적 여건상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삼성측도 설명했듯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데는 2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뿐 아니라 당장 순환출자를 해소할 경우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조치로 자칫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해 앞으로의 경영활동에 큰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삼성생명 회장이 삼성을 대표하고 내부적으로는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관리한다고 하지만 순탄히 굴러갈 수 있을지 낙관을 불허(不許)한다.

삼성은 특히 우리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해 걱정이 더욱 크다.

따라서 삼성 임직원들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돼 흔들림없이 나아가면서 이번 일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