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입 많은 국내 냉연업체 직격탄 … 車.조선도 연쇄 타격

일본의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이 주요 철강제품 가격을 40% 정도 인상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산 철강제품 수입비중이 높은 국내 냉연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냉연업체가 생산하는 강판으로 제품을 만드는 자동차,전자업체와 일본산 후판 사용량이 많은 조선업체 등에도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

◆신일철"폭등한원자재값 반영"

신일본제철의 무네오카 쇼지 사장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비용 부담을 감안해 올해 주요 철강재 값을 t당 평균 3만엔(약 30만원) 올려야 할 것 같다"며 "조만간 자동차 조선 등 고객사들에 가격인상 방침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강 제품의 평균 가격은 현재 t당 8만엔선.이번에 3만엔(약 38%)을 올리면 주요 철강재의 t당 평균 가격이 11만엔에 이르게 된다.

종전 최고치였던 1982년의 9만9000엔을 웃도는 수준이다.

철강제품 가격이 t당 3만엔씩 인상되면 일본 자동차업계가 추가 부담하는 연간 비용은 4600억엔에 이르고 조선업계 부담은 2000억엔으로 추정된다.
신일본제철, 철강값 40% 올린다
◆국내로 밀려오는 후폭풍

일본산 철강제품 가격 인상은 현해탄을 넘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1차적으로 국내 냉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냉연업체들은 열연강판을 가공해 자동차강판,전자제품,건축 외장재 등을 만든다.

현대하이스코는 필요한 핫코일 물량의 40%가량을,동부제철은 약 30%를 일본에서 들여온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핫코일 수입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가부담이 커진 냉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에는 국내 자동차회사와 전자업체 등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냉연업체의 내수 비중이 50%를 넘는다"며 "일본 철강제품 가격 인상은 국내 수요산업의 원가부담으로 곧바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체들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체들은 전체 후판 수요의 20%가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에 올 2,3분기 후판값을 t당 200달러(30%)가량 올려 주기로 일본 철강업체와 이미 계약을 했기 때문에 당장은 충격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할 경우에는 4분기 이후 후판 수입가격이 들썩일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협상 따라 인상폭 줄어들 수도

모든 수요업체에 똑같은 가격을 적용하는 국내 철강업체와 달리 일본 철강업체는 각 업체별로 가격협상을 따로 진행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인상폭이 줄어들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내 냉연업체 관계자는 "신일본제철의 이번 인상폭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향후 업체별 협상에 대비해 미리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해석했다.

중국 철강업체도 수요업체에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핫코일 가격은 t당 900달러가 훨씬 넘지만 실제로는 850달러선에서 거래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JFE 등 일본의 다른 철강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신일본제철 혼자서만 비싸게 판매할 수는 없는 만큼 실제 협상가격은 신일본제철의 요구수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