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4~5년내 해소
삼성은 22일 쇄신안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책도 내놨다.

지주회사 전환은 당분간 어렵고,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순환출자 구조는 향후 4∼5년 내에 해소하겠다는 게 개선책의 골자다.

이로써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가 완전히 끊기게 됐고,에버랜드 대주주인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도 원점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경제계는 그동안 삼성그룹이 비노조 경영과 함께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경영원칙으로 정했던 '순환출자 구조'까지 개선키로 함에 따라 향후 삼성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나 전자ㆍ금융 계열분리 등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순환'에서 '수직' 지배구조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삼성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학수 부회장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을 4∼5년 내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현 순환출자 구조는 완전히 끊기게 된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순환형이 아닌 수직형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이 경우 이재용 전무의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전무는 순환출자형 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지분 25.1%를 확보하고 있지만,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 이 전무는 에버랜드 최대주주의 지위만 갖게 될 뿐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쇄신책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 전무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는 것까지 감내하고서도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삼성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로 했지만,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학수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만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실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단 삼성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키로 함에 따라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와 관련,최근 정부가 비은행지주회사도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로 바꿀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부문과 전자부문을 계열 분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제조업종과 금융업종을 분리시켜 각각 삼성전자(또는 삼성물산)와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최종적인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지주회사로 갈지,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갈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어떤 형태든지 삼성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라면 무엇이든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4~5년내 해소
◆'삼성 특혜론' 정면 돌파

삼성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은행업 진출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생명 화재 카드 등 기존 금융계열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정부가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때마다 "삼성의 은행 진출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해왔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다시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삼성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은행업 진출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삼성은 향후 이 같은 비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일거에 해소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현 금융계열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