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정도로 살 수 있는 괜찮은 중고차 좀 소개해주세요. 당장은 여유가 없는데 할부 구매도 되죠?"

지난주 한 후배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올봄에 입사한 사회 초년병인지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처지였다.

적은 예산으로 상태가 좋은 차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몇 시간 고생한 끝에 적당한 매물을 찾아 후배에게 연락했다.

맥빠지게 만드는 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담되긴 하지만 새 차를 뽑기로 했어요. 처음 장만하는 건데 중고를 사려니까 남 보기에 좀 그렇네요."

후배가 전해준 차종은 신차값이 1700만원 정도한다.

난생 처음 차를 사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만족해야 하고,남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을 듯도 하다.

어떤 자동차를 타느냐가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중요 잣대가 되는 우리 사회의 정서에서 후배도 완전히 자유롭진 못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유자금이 없어 전액 할부로 사야 하는 형편에 '체면' 때문에 당초 예산의 3배가 넘는 돈을 새 차 구입에 꼭 써야 할까 생각해 보니 무척 씁쓸했다.

고객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동차 구매에 거품이 끼어 있음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2000cc 이상 중형차를 고집하다 막상 결제할 땐 돈이 없어 할부금융을 이용하려 하고,이 마저도 거래 승인이 나지 않거나 극히 일부 금액만 해결할 수 있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얼마 전 한 완성차 업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생애 첫 차를 구입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중형차를 산 비율은 증가한 반면 소형 세단은 오히려 감소했다.

선진국 추세와는 반대다.

중형차 구입 연령대도 40대에서 20∼3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가에 따라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

지금 중고 경차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품귀를 빚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해까지 신차로 경차를 구매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치솟은 기름값에 서민들의 경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중고시장에 나올 차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중고시장에서도 경차 수요만 증가했을 뿐 소형이나 준준형차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다.

반면 중형 세단 수요층은 꾸준하다.

'과시형 구매 습성'에 변화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는 얘기다.

현실적이고 실속 있는 자동차 구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한 주였다.

김도경 대흥상사(서서울매매단지)딜러 dkkim07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