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생명 인수 당시만 해도 한화가 망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지금은 그룹 내의 최고 효자가 됐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대한생명은 최근 한화의 다이내믹한 행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제일화재 인수에 나선 것은 대한생명이라는 든든한 자금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한화손해보험이 사옥을 팔고 한화증권 빌딩 재매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도 결국 대한생명 주머니에서 나왔다.

한화손보는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대한생명에게 사옥을 2850억원에 매각하는 한편 한화증권 빌딩 매입에 1688억7000만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손보는 자본 적정성과 자산 건전성 확보, 보험 지급능력 제고 및 경영 건전성 확보를 사옥 매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보가 매각대금을 한화증권 빌딩 투자에 투자한다고 해도 1000억원 이상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제일화재와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조직개편과 지급여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해 둔 셈이다.

이에 앞서 한화증권은 지난 16일 3200억원에 빌딩 재매입을 위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13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증권 입장에서도 공동 인수를 추진했던 국민연금의 중도 포기와 치솟은 매입가로 곤혹스러웠던 사옥 재매입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20%에 달했다. 그다지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화가 잇따라 대형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대한생명 상장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을 20.95%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합하면 51%에 달한다. 또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와의 소송 문제가 해결되면 16%를 추가 확보해 모두 67%의 지분을 갖게 된다.

지난 2월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대한생명 소송이 하반기에는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송이 끝나면 대한생명이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화는 대한생명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가 대한생명 상장을 통해 2조원까지 자금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M&A를 위한 한화의 자금 부담을 많이 우려하지만 향후 대한생명 상장이 가장 확실한 자금 조달원이 될 것”이라며 “자금 조달이 정 어렵다면 그룹 내 저수익 사업을 매각하는 구조조정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3분 현재 한화는 0.37%, 한화손보는 7.58%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