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미소에 단호한 어조.하랄트 베렌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46)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의 양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겸해 3시간3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렌트 사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메르세데스벤츠 구매층을 20~40대로 끌어내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타깃 고객층을 청년층 중년층으로 넓힘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인승 스포츠카인 'SLK'의 판매를 늘리고,올해 도입할 예정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K'를 이용하면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효자 상품인 '마이비'와 'C클래스'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GLK와 C클래스 AMG 등 3~4종의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베렌트 사장은 "한국 수입차 점유율이 작년 5%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6%를 웃돌 것"이라며 "올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5800여대를 판매했다.

그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을 비롯한 홍콩 일본 등은 자동차 시장이 이미 성숙했지만 수입차만 놓고 보면 한국은 중국처럼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이라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기술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으로 "강력하고 친환경적인 디젤엔진"을 꼽았다.

"국제적으로 디젤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친환경 디젤차를 한번 타보면 쉽게 다른 차로 눈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 정부가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줄 것도 희망했다.

올해 유럽연합(EU)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이 부분이 적극 다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좋든 싫든 한국에서 손님이란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규제 완화 건의와는 별개로 한국 내 여러 기준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어디를 경쟁사로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BMW나 아우디라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경쟁 상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명백한 실수"라면서도 "다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가격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경쟁 업체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일부 선택사양(옵션)을 다양화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업체들처럼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도 확실하게 했다.

베렌트 사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에서 차만 팔다 돌아가지는 않겠다"며 "투자,고용,기부라는 삼박자를 모두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네트웍스 등 병행 수입 업체들은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환차익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환율 등 외부 변수에 관계없이 한국 내 사업을 영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렌트 사장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 2월에서야 집을 구했을 정도로 바빴지만,매운 음식과 김치를 즐길 정도다.

그는 "부산 마산 대전 대구 등 지방 출장을 다니긴 했어도 순수 여행 목적으로 가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며 "시간이 나는 대로 산이 많은 곳을 찾아 취미인 하이킹을 실컷 즐기고 싶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한국에 부임한 베렌트 사장은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경영,판매,마케팅,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