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이 23일 하나금융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폭스바겐 골프,아우디 TT 등을 디자인해 유럽의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디자인은 상품을 사는 이유"라며 "성공적 디자인은 연속성과 일관성,통일된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을 초빙하려고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3개월 동안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을 들은 뒤 김 회장은 "그동안 간판 로고 등 기업이미지(CI)에만 디자인을 접목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앞으론 점포에 들어가거나 직원을 만나도 '하나은행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겠다"고 말했다.

금융업이 점점 유통업처럼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 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디자인 경영론'을 펼쳐왔다.

지난해 모교인 고려대에서 "금융 상품도 디자인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연하기도 했다.

특히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약진하고 있는 현대카드를 높이 평가해왔다.

김 회장은 이날도 "현대카드는 정말 잘 하고 있다"며 "정태영 사장이 최고"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정 사장을 만나 '어떻게 디자인을 하고 있는가' 등을 물어봤다고 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조만간 모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및 디자인 담당자를 불러 강의를 듣기로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