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일선 퇴진과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등 현 경영체제 전반에 변화를 예고한 삼성그룹의 구체적인 경영쇄신방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달중 실시될 사장단 인사와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 전무의 거취 등이 특히 주목된다.

'제3의 창업'에 나선 삼성이 향후 경영체제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5대 관찰 포인트'를 짚어본다.

5월 사장단 인사 폭은

삼성이 5월중 실시를 예고한 사장단 인사 규모는 대략 3∼4명 안팎의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룹 수뇌부가 일거에 퇴진하는 상황에서 일선 계열사 경영구도까지 흔들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사퇴가 확정된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의 후속 인사에 1∼2개 계열사 사장을 바꾸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수도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 소속 사장 및 부사장들이 원 소속 계열사로 재배치되면서 연쇄 자리이동이 불가피해지고,이 경우 의외로 인사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60세 이상인 고참 사장들 중 일부가 자진 사퇴하거나 교체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용 전무 근무지는 어디

삼성전자 CCO(최고고객책임자)직에서 물러나는 이재용 전무의 거취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맡는다"는 원칙만 정해진 상태다.

아프리카나 러시아,중국,인도 등 삼성전자가 전략 시장으로 여기는 해외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방안과 3∼4개 전략지역을 순회 근무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가 삼성전자 국내 본사 조직에 몸담은 채 수시로 해외 전략지역을 돌면서 경영수업을 받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 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5월 중에 있을 임원 정기인사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기획실 임직원 어디로

현재 전략기획실에는 사장과 부사장 7명을 포함해 임직원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소속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 원래 소속사로 복귀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계열사별로 연쇄 자리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전략기획실 소속 임직원들이 그룹의 중추역할을 해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전략적인 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략기획실 소속 재무팀과 기획팀 임직원들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에 집중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경련 부회장직 누가 승계

이 회장이 맡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직도 문제다.

현 전경련 규정상 부회장직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각 그룹에서 추대한 인물을 전경련 총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만 거친다.

하지만 전경련 부회장직은 그룹 회장들이 맡는 게 관례다.

그룹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이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게 된 만큼,이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향방은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기로 한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누가 이어받을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가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만큼 등기이사직을 누가 승계하느냐를 통해 향후 삼성의 경영향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12명.이 중 사내이사는 이건희 회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 부회장,이윤우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최도석 삼성전자 사장 등 5명이다.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키로 함에 따라 사내이사는 3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들의 자리를 메울 유력한 후보로는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키로 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거론된다.

'대표성'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공석으로 남겨둘 가능성도 커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규정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합쳐 최소 3명 이상,최대 14명까지 두게 돼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