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예정지 '지분 쪼개기' 극성] 진화하는 투기꾼 이젠 정부가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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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기는 서울시와 날고 뛰는 지분쪼개기 투기 세력의 숨바꼭질 싸움이죠."
서울시가 최근 뒤늦게 지분 쪼개기에 대한 규제에 나섰지만 쪼개기를 전문으로 하는 투기꾼들은 속으로 웃고 있다.
언제나 계속되는 '뒷북 규제'에 이미 재미를 톡톡히 봤을 뿐만 아니라 먹잇감이 널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 대책은 뒷북 치기였다.
지분 쪼개기는 1990년대 말부터 등장했다.
당시 투기꾼들은 건축법 개정으로 다가구 주택(1인 소유 등기)을 다세대 주택(여러 명 등기)으로 바꾸는 게 허용되자 재개발 예정지의 다가구를 사들여 다세대로 무더기 전환했다.
다세대는 구분 등기가 가능해 소유자 전원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는 점을 노렸다.
이런 지분 쪼개기의 후유증은 컸다.
조합원 수가 갑자기 30% 이상 급증하는 바람에 재개발 진행이 늦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2003년 7월 재개발 진행 지역이나 예정 지역에 대해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을 금지했다.
그러나 쪼개기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진화를 거듭했다.
2005년 말부터 대규모 개발 계획이 발표된 용산구와 성동구에서 단독ㆍ다가구를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신축 쪼개기가 성행했다.
새로 지어 용도를 변경하는 데는 아무런 법률적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006년 6월부터 해당 구청이 규제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다세대주택 대신 상가 사무실 등 근린생활 시설을 지어 파는 신종 지분 쪼개기가 등장했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에 입주권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겨냥했다.
결국 서울시는 오는 7월 말부터 서울 시내 전역에서 다세대 및 상가에 대한 지분 쪼개기 규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쪼개기 투기꾼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다세대 신축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어서다.
즉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전용면적 12~18평 정도 다세대 주택을 지어 팔아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쪼개기 전문 투기꾼인 A씨는 "서울시가 그동안 뉴타운을 마구잡이로 지정하면서 강북권 전역에 서민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다세대 신축의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최근에는 지분 쪼개기가 서울뿐 아니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분 쪼개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분 쪼개기에 대한 규제를 시ㆍ도 조례로 정하고 있는 만큼 시ㆍ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조성근/이건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