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약세 국면이 계속될 경우 현재 약 8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매물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과거만큼 대량 환매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24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최근 펀드시장의 자금흐름과 자산구성비의 변화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시황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상무는 "지난 2000년에도 주식시장이 일정폭 하락하며 약세국면을 확인한 이후에 펀드 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당시 펀드 순매도가 초기 하락 국면을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약세 국면에 진입한 후 매물 압박으로 작용해 낙폭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9년 4분기~2000년 1분기의 경우 펀드 환매가 코스피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준에 머물렀지만, 2분기부터 테크버블 붕괴에 따른 시장의 본격적인 하락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고 이는 나아가 시장의 반등조차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과 같이 증시의 장기 침체에 대한 의심이 증폭될 경우 향후 펀드 환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은 적립식 투자의 확산과 장기투자 강조 분위기로 과거 수준만큼의 대량 환매는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 상무는 "만약 장기투자 문화가 현재와 같이 확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0년과 같은 약세장이 펼쳐졌다면 80조원 중 15조원만 남고 다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는 유사한 국면이 펼쳐진다해도 설정액의 약 30%는 장기자금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