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0교시ㆍ우열반 금지' 실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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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서 정규 수업 이전에 강제로 실시하는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신 방과후학교를 영리단체에 개방하고 사설모의고사와 어린이 신문 단체구독 등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일선학교에서 이미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등이 변칙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또 교육계 일각에선 관련 지침까지 폐기하면서 교육청으로 하여금 일선학교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라고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4일 교과부가 없애기로 한 각종 규제성 지침 29개 중 사설모의고사 금지 지침 등 19개는 즉시 폐기하고,수준별 이동수업 지침 등 10개는 수정ㆍ보완해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금지
시교육청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전과목 평균으로 수준별 수업)에 대해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는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속반을 운영하지는 않겠지만 발견되면 재정지원을 줄이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수준별 이동수업 대상 교과목을 현재 영어ㆍ수학에서 모든 과목으로 확대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들이 이미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의 고교생용 논술신문인 '생글생글'을 구독하고 있는 학교 중 7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미 우열반을 편성,운영하고 있다는 곳이 9.6%에 달했으며 0교시 수업을 실시하는 곳도 20%가량에 이르렀다.
한 고교 교사는 "교실 수가 한정돼 있어 여러 과목을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과목 평균으로 학생을 나눠 수준별 수업을 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토로했다.
◆방과후학교 영리단체 개방 본격 실시
시교육청은 또 방과후학교에 영리단체가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김 부교육감은 "수학ㆍ논술ㆍ영어 등 과목별로 영리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며 "하나의 업체가 모든 과목이나 특기적성과목(피아노ㆍ미술 등) 전체를 도맡아 운영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되 한 업체가 복수의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것은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타 강사 도입 등으로 인해 방과후학교 수강료가 인상되는 것에 대해 그는 "학원비보다 많이 싸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가 폐기한 학습 부교재 선정지침은 시교육청 차원에서 보완,유지키로 했다.
정규 교과에서 책이나 문제집 등 부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교원의 금품 수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촌지 관련 지침도 예방ㆍ지도ㆍ감독 차원에서 유지했다.
공정택 교육감은 "전반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 이번 자율화 세부 추진방안의 특징"이라며 "앞으로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각종 규제와 지침 등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은/오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