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기업인 1대1 상담' ‥ '친기업' 대사관, 판로 개척 등 협조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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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진출 현지인맥 없어 고민"
"내무차관 訪韓예정 … 식사 함께 합시다"
"올림픽을 앞둔 중국이 화장실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하는 곳이 있다면 저희 제품을 무료로 기증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24일 오전 '재외공관장과 기업인 1대1 상담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좌변기용 위생시트를 생산하는 누리크린의 신교철 사장이 신정승 주 중국 대사에게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신 대사는 "듣고 보니 정말 중국에 필요한 제품 같다"며 "먼저 대사관 좌변기에 설치해 드다드는 중국인들이 입소문을 내도록 해 보자"고 제안했다.
상담을 마친 신 사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인들은 대사를 면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친기업적인 정부가 들어섰다는 게 이제야 실감난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서는 회장이 직접 나와 대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기도 했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은 우크라이나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7개국 대사와 각각 30분씩,3시간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문 회장이 "금융 부동산개발 건축자재 지하자원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해외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현지에선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들었다"고 하자,박노벽 주 우크라이나 대사는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하는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과 점심을 하려는데 함께 만나자"고 제의했다.
박 대사는 이어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현지에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면서 "기업인들이 고위 인사를 만나기 쉽지는 않지만 현지에 방문하신다면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외교통상부와 무역협회가 처음 개최한 이날 행사엔 104명의 재외공관장이 각자의 부스에서 기업인들을 맞았다.
109개 기업이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건수는 500건이 넘었다.
기업들의 상담 신청이 몰린 임홍재 주 베트남 대사는 3종류의 진출 가이드북과 유의할 점이 요약된 인쇄물을 나눠 주는가 하면 베트남 지도를 펼쳐 놓고 진출 유망지역을 설명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남부와 북부 어느 쪽이 유망하냐"는 한 중소기업인의 질문에 임 대사는 "외국 기업이 몰려 있는 호찌민 등 남부지역보다는 북부지역이 상대적으로 우수 인력 확보에 용이하다"면서 "특히 낙후지역에 투자하면 지방정부에서 2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만남이었던 만큼 현지 인맥구축이나 판로확보와 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거둔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기업인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특히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해외판로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이런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외공관장이 직접 관심을 가져 주면 10배는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통상부는 상담회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 계획도 마련했다.
권종락 외교부 1차관은 "부스마다 기록요원을 배치해 상담 내용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면서 "상담 내용에 코드번호를 매겨 후속 조치사항을 지속적으로 체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인 상담행사에 처음 참여한 재외공관장들은 "느낀 게 많다"는 반응이었다.
조태열 스페인 대사는 "그동안 재외공관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기업인들은 여전히 심리적인 부담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쓸 작정"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