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공 너무 많은 금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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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틈만 나면 금리인하 목소리를 내더니 이번엔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재정부 차관이 가세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경기침체를 출혈로 본다면 물가상승은 혈압이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지금은 출혈의 피해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1999년 6월 이후 한 차례도 행사된 적이 없던 '열석발언권'까지 들먹이고 있다.
연 6~7%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명박 정부로선 금리인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요구다.
경기를 살리려면 저금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에선 물가가 걱정이다.
지금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원하는 것이나,중앙은행이 물가를 강조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느나라나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나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요즘 한은 내부에선 "지금 상황에선 금리를 내리든 동결하든 좋은 소리 듣기는 다 틀렸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은이 아무리 소신껏 금리 결정을 하더라도 금리를 내리면 '정부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고,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하면 '정부와 한은이 대립한다'는 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를 내리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금리가 인하되면 당장 채권가격이 올라(채권금리 하락) 좋을지 모르지만 '한은이 물가를 포기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채권가격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 정책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정부 관료들의 금리인하 압박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틈만 나면 금리인하 목소리를 내더니 이번엔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재정부 차관이 가세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경기침체를 출혈로 본다면 물가상승은 혈압이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지금은 출혈의 피해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1999년 6월 이후 한 차례도 행사된 적이 없던 '열석발언권'까지 들먹이고 있다.
연 6~7%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명박 정부로선 금리인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요구다.
경기를 살리려면 저금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에선 물가가 걱정이다.
지금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원하는 것이나,중앙은행이 물가를 강조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느나라나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나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요즘 한은 내부에선 "지금 상황에선 금리를 내리든 동결하든 좋은 소리 듣기는 다 틀렸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은이 아무리 소신껏 금리 결정을 하더라도 금리를 내리면 '정부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고,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하면 '정부와 한은이 대립한다'는 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를 내리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금리가 인하되면 당장 채권가격이 올라(채권금리 하락) 좋을지 모르지만 '한은이 물가를 포기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채권가격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 정책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정부 관료들의 금리인하 압박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