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칼럼] 고용없는 성장 등 기존 예측수단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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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경기 향방과 관련해 저점 논쟁이 가열되면서 새로운 경기판단 방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한 나라의 경기는 그 순환과정에서 국민소득.물가.통화량.이자율 등 여러 지표가 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상당한 규칙성을 보이며 변동한다.
경제활동에 있어서 규칙적인 변동을 경기변동이라 말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경기순환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득.주가.이자율과 경기와는 정(正)의 관계 △실업.재고와 경기와는 부(負)의 관계라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 판단이 비교적 용이했었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사실들이 흐트러지면서 경기 판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실업과 경기와의 관계다.
종전 이론대로라면 경기가 살아나면 일정한 시차를 갖고 실업이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실업이 줄지 않고 있다.
이른바 '고용창출이 없는 경기회복'이다.
이 상황에서는 생산을 중시하면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고 고용을 감안하면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종전의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를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전미경제협회(NBER)의 판단이 늦어지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이 경기 문제를 언급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 판단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든 투자활동은 지금 경기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경기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주요 기관과 세계 각국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새로운 경기 판단 방안이 발표되고 있으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기업취약지수(CVI.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무위험 이자율,배당률 등의 재무제표를 이용해 산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CVI는 종전의 경기 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과 정책 기조,경제 전망 등 펀더멘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대표적으로 종전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으나 최근까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차입 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기업 파산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IMF가 CVI와 미국 경기와의 실증적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CVI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4~6분기 정도 앞서서 예측할 수 있고 이 지수가 높을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침체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50 이상 상승했던 이 지수가 올 4월 이후에는 오름세가 멈추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슈퍼 리치들이 금융주를 대거 매입하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
한 나라의 경기는 그 순환과정에서 국민소득.물가.통화량.이자율 등 여러 지표가 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상당한 규칙성을 보이며 변동한다.
경제활동에 있어서 규칙적인 변동을 경기변동이라 말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경기순환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득.주가.이자율과 경기와는 정(正)의 관계 △실업.재고와 경기와는 부(負)의 관계라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 판단이 비교적 용이했었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사실들이 흐트러지면서 경기 판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실업과 경기와의 관계다.
종전 이론대로라면 경기가 살아나면 일정한 시차를 갖고 실업이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실업이 줄지 않고 있다.
이른바 '고용창출이 없는 경기회복'이다.
이 상황에서는 생산을 중시하면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고 고용을 감안하면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종전의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를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전미경제협회(NBER)의 판단이 늦어지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이 경기 문제를 언급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 판단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든 투자활동은 지금 경기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경기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주요 기관과 세계 각국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새로운 경기 판단 방안이 발표되고 있으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기업취약지수(CVI.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무위험 이자율,배당률 등의 재무제표를 이용해 산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CVI는 종전의 경기 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과 정책 기조,경제 전망 등 펀더멘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대표적으로 종전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으나 최근까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차입 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기업 파산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IMF가 CVI와 미국 경기와의 실증적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CVI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4~6분기 정도 앞서서 예측할 수 있고 이 지수가 높을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침체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50 이상 상승했던 이 지수가 올 4월 이후에는 오름세가 멈추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슈퍼 리치들이 금융주를 대거 매입하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