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6조100억원, 영업이익 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하이닉스가 대폭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본사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17조11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 하락했으나, 영업이익은 2조15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삼성전자측은 환율 상승과 신흥시장에서의 전략적 포지셔닝 강화 등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거뒀으며, 계절적 요인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3000억원 정도 감소한 것도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연결기준으로 11조원 이상으로 확정했다. 메모리 부문은 7조원 이상, LCD 부문이 3조7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투자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차별화된 제품력과 원가 경쟁력 등으로 시황 악화 속에서도 수익성 격차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의 시황 악화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위기라기 보다는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1분기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보면 반도체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메모리 가격 약세가 지속돼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4조8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00억원이었다.

D램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수요가 저조한 가운데, 12인치 생산규모 증대와 고용량 제품 비중 확대 등 공급이 확대돼 1분기 중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약 20% 이상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메모리카드, USB, MP3P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과잉이 지속돼, 8Gb MLC 제품 현물시장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5%나 하락하는 등 예상보다 가격 하락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시황과 관련해서도 비수기가 지속되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LCD 부문은 연결기준으로 3조6500억원의 매출과 1조800억원을 달성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1분기 중 패널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낮았고, 환율 상승 등 외부적인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라는 게 삼성전자의 분석이다. 특히 1분기 중 10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한 46인치 이상 TV패널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것.

2분기는 하반기 성수기를 대비한 세트(SET) 업체들의 선구매로 판매량과 가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패널 업체들의 생산규모 증가, 세트 업체들의 재고 등 위험요소도 상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 부문 역시 환율 상승과 경쟁사들의 상대적 부진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 분기 대비 늘어난 6조6500억원, 1조60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량은 시장규모가 전 분기 대비 13% 정도 감소했지만 전 분기와 비슷한 4630만대로 집계됐다.

통신 부문의 실적과 관련, 삼성전자는 마케팅 비용 감소,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 외에도 원가 절감 노력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2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 속에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의 수요가 다소 침체될 가능성이 높고, 신흥시장에서 경쟁 심화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LCD TV 판매량은 계절적 수요 약세와 3월부터 시작된 TV 업계의 가격 경쟁 심화로 지난해 4분기 대비 15% 정도 감소했으나, 삼성전자는 여전히 평판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지난 1분기는 선진시장 경기 위축, 메모리 시황 악화, 원자재 가격 급등, 경영계획의 미확정 등 어려운 경영여건의 연속이었다"며 "환율 상승과 일부 경쟁사의 부진 등 외부 요인과 함께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 체제 강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면서 나름대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주 부사장은 "2분기는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 조짐, 메모리 시황 회복 불투명, 휴대폰·TV 등 세트 제품의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며 "하반기로 접어들면 계절적 성수기에 따른 수요 증대가 기대되지만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IT 부문의 수요 둔화 우려감이 상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