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가이드북 '데스콜차도스(Descorchados)'가 584종의 칠레 레드 와인 중에서 '하라스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 2004'(Haras 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4'이하 엘레강스)를 올해 최고 와인으로 뽑았다.

프랑스 샤토 무통 로쉴드사가 만들어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 '알마비바'는 2위에 그쳤다.

'엘레강스'가 '알마비바'를 제치고 칠레인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와인으로 평가받은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토종'의 저력을 발휘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칠레 와인산업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해외 와인기업과의 협력에 의존해 왔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문은 마케팅이었지만 양조기술면에서도 '세계에서 통하는 맛'이 무엇인지 차곡차곡 전수받았다.

칠레 와인이 글로벌 무대에 서는 데 큰 기여를 한 '알마비바'의 명성도 무통 로쉴드라는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엘레강스'를 만든 하라스 역시 이탈리아 안티노리사와 제휴,'알비스'를 내놓으며 세계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 이름을 새길 수 있었다.

이경희 대유와인 대표는 "엘레강스의 1위 등극은 칠레 와인산업의 자생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테스콜차도스'의 올해 최고 와인 선정 과정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584종의 와인을 점수(100점 만점)로 매겼는데 '엘레강스'와 '알마비바' 2004년산이 똑같이 95점을 받은 것.1위를 가리기 위해 맛 평가단들은 라벨을 가리고 시음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고,결국 '엘레강스'의 손을 들어줬다.

또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는 260종 가운데 95점을 받은 카사 마린의 '치프레세스 쇼비뇽블랑 2007'이 선정됐다.

'테스콜차도스'는 칠레 최고 와인평론가인 파트리치오 타피아가 1998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는 와인 가이드 북이다.

칠레를 포함한 남미 전체에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매년 9월과 10월에 타피아씨 외에 칠레 소믈리에협회 회장이자 칠레의 유일한 마스터 소믈리에인 헥토르 리켈메와 파브리치오 포텔리 소믈리에 등 3명이 와인을 시음하고 이듬해 최고 와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엘레강스 2004'는 다음 달 초쯤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8만5000원가량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