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을 일으키는 요인은 너무나 많아 최근 들어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흡연 등 모든 발병 요인을 하나로 묶어 '심대사 위험'(CMR:Cardiometabolic Risk)으로 부르고 있다.

심장병은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등과 발병 원인이 비슷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상호 영향을 끼치므로 심대사 위험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면 모든 생활습관병을 예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심대사 위험 중에서도 복부비만이 가장 위협적인 만큼 비만 개선은 심장병 예방의 지름길이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지방이 쌓인 덩어리가 아니다.

아디포넥틴,렙틴,유리지방산 등의 분비를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맡는다.

그런데 같은 지방이라도 복부의 내장 사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지방과 탄수화물 대사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면서 심장병을 유발한다.

복부비만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지표는 허리둘레.남자는 90㎝,여자는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이보다 더 신뢰할 만한 지표는 엉덩이 둘레에 대한 복부 둘레의 비율(WHR:Waist Hip Ratio)이다.

작년 12월 심장혈관학 학술지인 '순환(Circulation)'에는 비만의 지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보다 WHR가 심장병 위험을 예고하는 보다 믿을 만한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남자는 WHR가 0.9 이상,여자는 0.85 이상인 경우 복부비만으로 진단된다.

비용부담이 적지 않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찍어보면 복부의 내장지방을 보다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혈당이나 혈중 콜레스테롤 등의 지표 외에 혈중 'C-반응성 단백질'(CRP:C-reactive protein)과 아디포넥틴(adiponectin)을 이용해 심대사 위험을 보다 빨리 예측하는 방법이 점차 널리 활용되고 있다.

CRP는 높을수록,아디포넥틴은 낮을수록 심장병 위험이 커진다.

CRP는 체내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감기 류머티스질환 심내막염 치주염 등으로 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거나 급성으로 조직이 괴사될 때 평소보다 수백,수천배로 증가한다.

고감도 CRP 측정키트로 CRP를 재면 낮은 단계의 염증을 파악해 심장병 위험을 예견할 수 있다.

복부비만은 당뇨병과 함께 인체 전반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며 동맥경화도 혈관 내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도 생기면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CRP의 혈중농도가 1㎎/ℓ 이하이면 심장병 당뇨병의 위험이 낮은 편이고 1∼3㎎/ℓ이면 평균 정도의 위험도이며 3㎎/ℓ를 넘어가면 위험도가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판정한다.

그동안의 외국 연구에 따르면 CRP는 몸에 해로운 저밀도 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LDL-C) 지표와 비교할 때 심장병의 발생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측해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에서 방출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탄수화물과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소를 활성화해 혈당과 혈중 지질을 낮춰준다.

염증을 차단하고 혈관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등 복부비만 당뇨병 동맥경화 등의 예방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혈중 아디포넥틴이 높아지면 세포가 인슐린에 보다 잘 반응해 혈당이 효과적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HDL-C)도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공복혈당,혈중 인슐린,혈중 중성지방,인슐린 저항성(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하게 반응해 혈당이 효과적으로 떨어지지 않음) 등이 높거나 강할수록 아디포넥틴은 줄어드는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따라서 복부비만이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건강관리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혈중 지질과 혈당은 물론 CRP까지 낮춰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고영국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