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life] 김강 액토즈소프트 대표 "클래식은 내 영혼을 씻겨주는 腦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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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차려 입은 정장에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클래식 공연장을 찾을 때는 불편하리만치 잘 갖춰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고 "편안해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게임 업체 액토즈소프트의 김강 대표(46·사진)가 그런 경우다.
김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두세 번은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다.
지난해부터 액토즈소프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후원회에 법인 회원으로 등록했다.
김 대표 역시 지휘자 정명훈씨의 후원회 '마에스트로&프렌즈'에 개인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달에 열흘 정도는 해외 출장을 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가 굳이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클래식을 들으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죠."
김 대표가 처음 클래식 음악에 감동한 것은 2006년 말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 음악회였다.
온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그 웅장함과 진실한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단다.
"열정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조화를 보고 '아! 마에스트로는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오케스트라는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휘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김 대표가 정명훈씨를 정신적 스승으로 여기는 까닭도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시향의 폐쇄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정씨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서울시향은 학연으로 똘똘 뭉쳐 있고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오는 조직이었어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초빙한 정명훈씨가 그 조직을 능력 위주의 조직으로 바꾸고 흑자 경영으로 돌려놨죠."
그의 표현에 따르면 클래식을 듣는 것은 '뇌 사우나',곧 영혼을 씻는 행위다.
젊은 시절부터 모든 음악 장르를 다 들어봤지만 클래식이야말로 삶의 정수를 표현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영혼이 깨끗하고 허위나 거짓이 없어야 진정으로 클래식을 연주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은 브람스 3번 교향곡과 말러 9번 교향곡이다.
브람스 3번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저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이수(離愁)'의 주제음악으로 유명하다.
브람스와 말러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진솔함이 음악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클래식 CD를 얼마나 사서 듣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클래식은 직접 가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에요. 복사하면 그 맛이 떨어지죠."
그런 그도 공연이 없는 날엔 찾는 곳이 있단다.
40년 방송 경력의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클래식 카페 '카메라타'다.
카메라타에는 시가 1억원이 넘는 진공관 스피커를 비롯해 1만여장의 클래식 LP판이 있어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허허거리며 웃지만 그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1989년에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학을 졸업하고 한국IBM에서 영업직원으로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다.
몇 억원짜리 중소기업용 기계를 팔면서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단다.
한국MS에서 마케팅 매니저,세일즈 매니저를 하다 본사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이선싱 이사에 지원했다.
"MS 본사에 입사를 지원했을 때 세계 각국에서 50명이 몰렸어요. 동양인은 일본 사람과 저,딱 둘뿐이었죠."
그는 며칠에 걸쳐 여덟 차례 인터뷰를 거친 끝에 합격했다.
그때 그는 그야말로 '진심은 통한다'는 걸 경험했다. 한 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달달 외웠던 것.
"처음부터 난 영어를 잘 못한다,외운 것 잊어버리기 전에 해야 하니까 다 끝나고 나서 질문해 달라고 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그는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갖고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그는 MS의 소프트웨어를 아시아 13개국 정부와 기업들에 파는 총책임자로 일했다.
유학파에 MS본사 라이선싱 이사까지 맡았던 그가 왜 게임업체 대표가 됐을까.
그는 IBM과 MS를 선택한 것이나 게임업체를 선택한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가능성을 봤다는 것.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아이템은 콘텐츠 사업입니다. 게임은 음악,그래픽,신화,팀워크,애니메이션이 합쳐진 종합 콘텐츠예요. 갬블(도박)이랑 헷갈리면 안 되죠."
그가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2006년 10월.점점 1인칭 중심의 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게임이야말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가능성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말미에 게임 수출액이 영화의 27배나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는 영락없는 게임업체 대표이사였다.
"눈이 충혈돼서 죄송합니다. 밤새 게임을 해서요."
그는 요즘 회사 내부에서 테스트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제스카'에 푹 빠져 산다.
"테스트를 하다 다른 회사 직원들한테 말을 걸면 다들 '설마 사장님이…'라고 안 믿더라고요.
제가 라제스카 게임에서는 회사 안에서 톱3에 듭니다. 하하하."
글=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고 "편안해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게임 업체 액토즈소프트의 김강 대표(46·사진)가 그런 경우다.
김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두세 번은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다.
지난해부터 액토즈소프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후원회에 법인 회원으로 등록했다.
김 대표 역시 지휘자 정명훈씨의 후원회 '마에스트로&프렌즈'에 개인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달에 열흘 정도는 해외 출장을 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가 굳이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클래식을 들으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죠."
김 대표가 처음 클래식 음악에 감동한 것은 2006년 말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 음악회였다.
온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그 웅장함과 진실한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단다.
"열정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조화를 보고 '아! 마에스트로는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오케스트라는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휘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김 대표가 정명훈씨를 정신적 스승으로 여기는 까닭도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시향의 폐쇄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정씨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서울시향은 학연으로 똘똘 뭉쳐 있고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오는 조직이었어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초빙한 정명훈씨가 그 조직을 능력 위주의 조직으로 바꾸고 흑자 경영으로 돌려놨죠."
그의 표현에 따르면 클래식을 듣는 것은 '뇌 사우나',곧 영혼을 씻는 행위다.
젊은 시절부터 모든 음악 장르를 다 들어봤지만 클래식이야말로 삶의 정수를 표현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영혼이 깨끗하고 허위나 거짓이 없어야 진정으로 클래식을 연주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은 브람스 3번 교향곡과 말러 9번 교향곡이다.
브람스 3번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저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이수(離愁)'의 주제음악으로 유명하다.
브람스와 말러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진솔함이 음악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클래식 CD를 얼마나 사서 듣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클래식은 직접 가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에요. 복사하면 그 맛이 떨어지죠."
그런 그도 공연이 없는 날엔 찾는 곳이 있단다.
40년 방송 경력의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클래식 카페 '카메라타'다.
카메라타에는 시가 1억원이 넘는 진공관 스피커를 비롯해 1만여장의 클래식 LP판이 있어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허허거리며 웃지만 그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1989년에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학을 졸업하고 한국IBM에서 영업직원으로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다.
몇 억원짜리 중소기업용 기계를 팔면서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단다.
한국MS에서 마케팅 매니저,세일즈 매니저를 하다 본사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이선싱 이사에 지원했다.
"MS 본사에 입사를 지원했을 때 세계 각국에서 50명이 몰렸어요. 동양인은 일본 사람과 저,딱 둘뿐이었죠."
그는 며칠에 걸쳐 여덟 차례 인터뷰를 거친 끝에 합격했다.
그때 그는 그야말로 '진심은 통한다'는 걸 경험했다. 한 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달달 외웠던 것.
"처음부터 난 영어를 잘 못한다,외운 것 잊어버리기 전에 해야 하니까 다 끝나고 나서 질문해 달라고 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그는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갖고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그는 MS의 소프트웨어를 아시아 13개국 정부와 기업들에 파는 총책임자로 일했다.
유학파에 MS본사 라이선싱 이사까지 맡았던 그가 왜 게임업체 대표가 됐을까.
그는 IBM과 MS를 선택한 것이나 게임업체를 선택한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가능성을 봤다는 것.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아이템은 콘텐츠 사업입니다. 게임은 음악,그래픽,신화,팀워크,애니메이션이 합쳐진 종합 콘텐츠예요. 갬블(도박)이랑 헷갈리면 안 되죠."
그가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2006년 10월.점점 1인칭 중심의 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게임이야말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가능성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말미에 게임 수출액이 영화의 27배나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는 영락없는 게임업체 대표이사였다.
"눈이 충혈돼서 죄송합니다. 밤새 게임을 해서요."
그는 요즘 회사 내부에서 테스트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제스카'에 푹 빠져 산다.
"테스트를 하다 다른 회사 직원들한테 말을 걸면 다들 '설마 사장님이…'라고 안 믿더라고요.
제가 라제스카 게임에서는 회사 안에서 톱3에 듭니다. 하하하."
글=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