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무조건 워터해저드 처리를 한다?

SBS코리안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을 주관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이상한 로컬룰'을 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협회 경기위원회(위원장 곽창환)는 제주 세인트포골프리조트(파72·길이 7466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이 대회에서 공지사항으로 '8번홀과 9번홀 좌측을 제외한 전 홀의 러프에 볼이 들어가면 워터해저드 처리를 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게시했다.

요컨대 대부분 홀에서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볼을 찾든 찾지 못하든,워터해저드에 빠진 것으로 간주해 1벌타 후 그 근처에서 드롭하고 다음 플레이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로컬룰은 세계 어느 골프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티샷을 잘못해 볼이 깊은 러프에 들어가 찾지 못할 경우 분실구가 되는데,그러면 1벌타 후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제3타를 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경우처럼 워터해저드 처리를 하면 1벌타를 받은 뒤 해저드 경계선 옆에 드롭하고 플레이를 속개하면 돼 그만큼 유리해 진다.

OB나 분실 등의 경우 '거리'와 '스트로크'의 벌을 함께 받아야 하지만,이번 대회에선 스트로크의 벌만 받으면 되는 것.따라서 볼이 깊은 러프에 빠지더라도 1타 손해만 보면 되기 때문에 볼을 페어웨이에 정확히 떨군 골퍼와 별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협회가 이런 로컬룰을 정하게 된 것은 골프장 측 방관과 제주 특유의 환경 때문이다.

개장 때부터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이 같은 로컬룰을 적용해온 골프장으로서는 18개홀 전 지역의 워터해저드 말뚝을 제거하고,경우에 따라선 OB 말뚝을 새로 꽂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경기위원회에서는 제주의 바람이 거센 데다 러프에 들어가면 볼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경기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런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골프계에서는 이 같은 '로컬룰' 적용은 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스포츠인 골프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5년과 2006년 제주 스카이힐CC에서 열린 롯데스카이힐오픈이나 2007년 레이크힐스제주CC에서 개최된 레이크힐스오픈에서는 OB·워터해저드·분실 등이 홀마다 정확히 적용됐다.

로컬룰이라도 골프의 본령을 훼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상식인데,프로골프협회가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는 프로 3년차의 김형성(27)이 버디만 4개 잡으며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73·68)로 단독 선두로 나섰다.

1라운드에서 78타를 친 강경남은 중간 합계 5오버파로 12위에 머물렀고 김대섭(27·SK텔레콤)과 리엔 루센(대만)은 합계 1오버파 145타의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첫날 그린에 놓인 볼이 움직일 정도로 바람이 셌으나 둘째날은 바람이 간간이 부는 데 그쳤다.

11명의 선수들이 언더파 스코어를 내며 선두권 윤곽을 그려가고 있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