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미국 월풀과 '적지(敵地)'인 미국에서 냉장고 기술특허 분쟁에 들어갔다.

LG전자는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양문형 냉장고와 3도어 냉장고 등 월풀의 11개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월23일 월풀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전자가 3도어 냉장고와 냉동고를 하단에 위치하도록 한 냉장고,양문형 냉장고가 월풀의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내 판매 및 수입금지 소송을 낸 데 대한 정면 반격이다.

LG전자는 지난 16일 미국 뉴저지주 지방법원에 월풀이 제기한 특허 5건에 대해 특허 무효소송도 제기했다.

이 회사가 월풀과 특허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2004년 세탁기 기술 분쟁에 이어 두번째다.

2004년 월풀이 제기한 세탁기 특허분쟁에서는 LG전자가 2년 만인 2006년 8월 승리했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경쟁기업의 특허 공세에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온 LG전자가 축적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세로 돌아선데 주목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쟁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정면 대응하고 기술권리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LG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여파로 미국 냉장고 시장에서 LG에 밀리고 있는 월풀이 특허를 무기로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드럼세탁기와 3도어 냉장고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월풀이 모두 3개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밀폐형 냉장 서랍 관련 기술,소비전력을 개선할 수 있는 도어가스킷 기술,큰 용량의 용기로 냉장고에서 물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디스펜서 관련 기술이다.

이와 관련된 월풀의 냉장고 모델은 월풀이 보유하고 있는 메이텍,아마나 등의 브랜드 제품을 포함해 모두 11개에 달한다.

LG전자는 이 분쟁에서 이길 경우 미국 냉장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2006년 8월 월풀과의 세탁기 특허분쟁에서 승리한 것을 계기로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2000년 초반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월풀과 특허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꾸로 인지도가 올라갔고 분쟁에서 이기면서 기술력까지 입증할 수 있었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냉장고 특허 분쟁도 월풀과 대등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쌓아 놓고 있는 만큼 경쟁업체들의 견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기술권리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