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이 경기 둔화에 빠져들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7%를 기록했지만 벌써부터 "1분기가 피크(정점)일 것"(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이란 냉랭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 흐름을 볼 때는 분기별 추이가 중요한데 전 분기 대비로는 불과 0.7%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당초 '2008년 경제전망'에서 올 상반기 성장률을 1.1%로 전망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이다.

향후에도 1분기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은 4.2% 정도로 4%대에 간신히 턱걸이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내수 위축 눈앞에


1분기 지표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내수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6% 성장에 불과한 게 대표적이다.

민간소비는 작년 3분기 1.3%,4분기에도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규 취업자 수가 최근 3개월 연속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30만명)를 밑도는 등 고용 사정이 악화된 결과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작년 4분기 2.1%이던 것이 올 1분기 -0.1%로,건설투자는 1.2%이던 것이 -1.0%로 바뀌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건설경기 부진이 겹친 탓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투자의 경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최소한 플러스는 날 것으로 봤는데 예상이 빗나갔다"며 "소비까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경기는 확실히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동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재화 수출)도 1분기에는 -1.1%로 악화됐다.

비록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8% 성장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표상 수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은 데다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우리 수출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점에서다.

◆추경·금리 인하 힘받을듯

1분기 지표상 경기 둔화 흐름이 분명해지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논의도 힘을 받게 됐다.

연 6~7% 성장은 고사하고 연 4%대 초반 성장도 힘겨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경기부양책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특히 한은의 경우 이미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강한 톤으로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이번에 지표상 경기 둔화가 확인된 만큼 금리를 내릴 명분이 더 커진 셈이다.

다만 지난번 금통위 이후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는 점은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3.9%로 한은의 목표관리치(2.5~3.5%)를 한참 벗어났고,조만간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도 내수 진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조합을 짤 때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권 실장은 "지표상으로 보면 내수 진작을 위해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다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막기 위해 환율 상승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경기 둔화가 눈에 보이는 만큼 경기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선 재정정책을 실시하고 금리정책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봐가면서 하반기쯤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지금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금리정책을 쓰기는 여의치 않다"며 "다소 확장적인 경기대책이 필요하지만 재정보다는 감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