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한옥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서양식 주택과 한옥의 동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옥은 지은 지 오래돼 비가 새고 심지어 흙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구조적으로도 천장이 낮거나 화장실과 주방이 집 밖에 있는 경우도 많아 불편하다.

북촌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새로 이사올 때 대부분 수리를 하고 살며 처음부터 리모델링 비용을 염두에 두고 집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한옥 리모델링은 보통 건물의 뼈대를 남기고 전체를 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새로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화장실이나 주방을 집 안으로 들이고 문의 크기를 조절하는 일도 잦다.

천장이 너무 낮다 싶으면 대들보가 모두 보이도록 공사해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공사비는 3.3㎡(1평)당 1000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나무를 많이 사용하고 다양한 무늬를 구현하는 등 기술자들의 공임도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을 살 때 햇볕이 잘 들고 튼튼한 집을 골라야 개조 비용이 덜 든다고 조언한다.

서까래가 뒤틀리지는 않았는지 목재가 썩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얼마 전부터는 한옥에 사무실이나 병원을 차리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들 업무용 공간 역시 리모델링 방식은 주거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실을 실내로 들이지 않는 점 등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러한 한옥 개조는 손님에게 편안한 느낌을 줘야 할 때나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

북촌에도 치과 출판사 공방 등이 입주해 성업 중이다.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레노베르의 사비나 사장은 "한옥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개조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한옥은 한옥다운 멋이 충분히 살아날 때 가치가 있다"며 "섣불리 리모델링을 하면 정체성을 잃은 국적 불명의 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