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하나의 꿈(一個世界,一個夢想)'.

개막을 102일 앞둔 베이징올림픽 캐치프레이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실은 이 구호와 정반대다.

티베트 유혈사태는 중국과 국제 사회를 분리시켰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리더로 거듭났음을 선언하려던 중국의 야심도 위태로워졌다.

베이징 주재 서방의 한 외교관은 "중국은 지금 '비상(flight)'하는 게 아니라 '투쟁(fight)'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중화부흥'의 기치를 높이 올릴 수 있을 것인지,아니면 덩치만 큰 미성숙 국가로 남을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는 얘기다.

오는 8월8일 오후 8시는 중국인들에겐 올림픽 개막 이상의 의미가 있다.

냐오차오(鳥巢ㆍ올림픽 주경기장)에 쏠린 전 세계인의 눈이 위대한 중국의 부활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청나라 시대인 1820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던 중국의 화려한 과거를 오늘로 되돌려 놓는 순간"(홍콩 현대경제연구소 리훙차오소장)이다.

올림픽은 특히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사상인 중화(中華ㆍ중국이 세계의 중심)를 알리는데 더없이 좋은 이벤트다.

비록 스포츠 행사이긴 하지만 세계의 대표단이 중국에 모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을 통과하며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긴 성화 봉송로를 기획했다.

그러나 중국의 야심은 곳곳에서 장애물에 걸리며 상처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게 티베트 사태다.

티베트의 분리독립 운동에 대한 중국의 '탄압'이 도마에 올랐다.

세계 인권단체는 물론 각국 정부들도 중국을 성토하고 있다.

티베트 사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의 수반들이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잇따라 선언했다.

대기 오염도 낙후된 중국을 보여준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 참여를 거부했다.

그래서 남은 100여일은 중국에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와의 대립을 풀고,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