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의 '마담 지누의 초상 스케치'(1888)와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1888)은 카페 드라갸흐(Cafe de la Gare)의 여주인이었던 마리 지누(Marie Ginoux)가 주인공이다. 같은 시간에 이 여인을 보고 고흐는 스케치로, 고갱은 유화로 남겼다. 이후 고갱은 이 스케치를 토대로 새로운 요소들을 추가하여 '밤의 카페'(1888)라는 작품을 그렸고, 고흐도 경쟁적으로 양산 대신 두 권의 책을 추가하여 또 한 점의 '아를의 여인'(1888)을 그렸다. 고흐가 생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세 번째 '아를의 여인'(1890)은 색채만 다를 뿐 고갱의 스케치를 베낀 듯 똑같다.모방 욕망고흐가 고갱의 그림을 경쟁적으로 모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는 어떤 대상을 향하여 경쟁하면서도 닮아가는 상태를 ‘모방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모방 욕망이 본인 스스로보다는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생긴다고 보았다.고흐가 현실 속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면, 고갱은 상상을 통해 작업했다. 고흐는 이런 고갱의 방식을 트집 잡았다. 상상 속 작업은 사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며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에서부터 파리 전위 미술에 이르는 상징주의까지 헐뜯었다. 특히 그 사상이 사실주의(realism)에서 등을 돌렸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고갱은 성서에 나오는 마법과 같은 기적의 내용을 예로 들면서 상징성을 옹호했다. 그러자 고흐는 상징과 상상의 장점마저 빈정댔다.분명 이때까지만 해도 고흐는 고갱을 향한 모방 욕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고흐와 아주 가까운 친구였던 에밀 베르나르가 상징주의적 성향을 보이면서 고갱에게 절대적 존경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5)이 열연한 '백조의 호수'가 세계 60개 국가에서 아이맥스 영화로 동시 상영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자신들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에 앞서 오는 4일에는 세계 최초 상영이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다. 영상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박세은이 무대 인사를 통해 국내 발레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3일 오후 8시에 진행된 무대 인사 예매 티켓은 2시간만에 동났다.'백조의 호수'는 백조와 왕자의 사랑, 혼란에 빠진 인물들의 고뇌를 묘사한 고전 발레 대작이다. 1877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레프 이바노프에 의해 각색되면서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오는 작품이다.파리오페라발레단이 보여줄 이번 '백조의 호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루돌프 누레예프의 버전이다. 프티파와 이바노프 버전을 발레단 스타일에 맞게 재안무한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1984년 초연)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독자적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그의 안무는 해외 무대에도 자주 초청된다.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는 올해 2월 일본 도쿄에서, 2019년에는 중국 상하이와 2007년에 호주 시드니에서도 무대에 만나볼 수 있었다.이번 '백조의 호수' 상영은 현대적인 영화기술인 IMAX(아이맥스로 구현됐다. 대형스크린에서 재현되는 무대는 마치 파리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직접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352년만에 이 발레단의 최초 동양인 수석무용수가 된 박세은이 주역인 오데트(백조)와 오딜(흑조)을 맡았다. 상대역인 지크프리트 왕자로는 박세은의 에투알 동료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수출 산업이 꼽힌다.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 전에 농업이 있었다. 농업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은 농업의 성장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농업을 산업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농업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는 오해를 깨부순다. 한국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왜 수출 산업처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느냐고 타박한다. 농업 대신 부가가치가 더 높은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저자는 이렇게 반박한다.“산업을 축구에 비유하면 반도체나 자동차는 공격수이고, 농업은 최종 수비수다. 최종 수비수의 임무는 안정적 방어를 통해 공격수의 다득점을 돕는 것이다. 최종 수비수가 공격수처럼 골을 많이 넣겠다고 공만 따라다니면 동네 축구가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뤘지만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을 자꾸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산업과 단순 비교하기 때문이다.”선진국치고 농업을 등한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농업 강국이다. 미 농무부엔 11만명이 근무한다.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부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4월 식품청을 출범했다. 10%대인 식량 자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마 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