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대기업 주재원인 A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 본사가 외국의 중요한 바이어를 올림픽기간 중 베이징으로 초청한 게 발단이다.

호텔을 예약해야 하지만 방값이 평소보다 10배가량 뛰어 일반 룸이 1박에 8000~9000위안(1위안=약 140원,112만~126만원)에 달한다.

그나마 방이 거의 동나 예약도 쉽지가 않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소 10개 객실에 10박 이상 조건을 충족해야 예약을 받는다.

한 호텔 관계자는 "10ㆍ10ㆍ10(평소가격의 10배에 10박 이상 10개 객실)이 예약을 받는 원칙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방을 예약하자니 가격이 터무니 없고,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아예 방을 못 구할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베이징에 호텔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림픽 기간의 방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4성급 호텔들은 아예 가격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계약금부터 받고 있다.

방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니 나중에 책정하겠다는 뜻이다.

시내의 5성급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

왕푸징 호텔은 평소 650위안(9만1000원)짜리 방이 올림픽기간 중 6100위안(85만40000원)의 가격에 이미 다 나갔다.

성건 호텔은 1494위안(21만원)짜리 방이 8188위안(115만원)에 다 팔렸다.

특히 대형 고급호텔들은 베이징올림픽위원회가 룸의 상당수를 '징발'했고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작년부터 싹쓸이해 일반인들에게 돌아갈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켄핀스키 호텔 관계자는 "독일계 회사가 400개의 방을 예약했으며 나머지도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쓰기로 해서 방이 없다"고 밝혔다.

민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텔 예약난은 올림픽기간 중 반짝 특수를 노리는 일반 아파트의 단기 임대료를 올려놓았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은 올림픽 기간 중 집을 내놓은 주인들의 임대 희망가격이 평소보다 5~10배나 된다고 보도했다.

하루 방값은 당국이 표준가격으로 제시한 400위안(5만6000원)을 훨씬 뛰어넘는 3000위안(42만원)가량이나 된다.

올림픽 기간 중의 단기 임대료가 크게 높아지면서 아파트 세입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6월이나 7월에 임대계약이 끝나는 사람들은 재계약 시 가격이 크게 올라갈 게 뻔하다며 안절부절이다.

일각에선 아파트 주인들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을 쫓아내는 사례도 벌어진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단기 임대를 하면 한두 달 새 몇 년치 임대료를 뽑아낼 수 있다"며 "기존 세입자 계약 파기 현상이 올림픽 경기장 주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고급 아파트에까지 확산 중"이라고 전했다.

렌터카 가격도 천정부지다.

최고급 승용차인 벤츠S600(운전기사 포함)은 홀짝제에 관계없이 운행할 수 있는 통행증을 붙인 차가 하루 2만3000~2만5000위안(290만~320만원)에 임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통행증이 없는 차는 1만5000위안(210만원)이다.

중대형차인 파사트의 경우도 하루 8000위안(112만원)에 예약되고 있다.

계약기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7일이 기본이어서 올림픽기간 중 벤츠S600을 빌려 타려면 5500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이 가격도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호텔비나 차량임대비에는 가수요가 붙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올림픽위원회가 입도선매한 호텔 방 중 상당수가 일반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에 임박해 호텔 방이 쏟아져 나올 경우 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