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도쿄나 상하이 등과 견줘 볼 때 초고층 빌딩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개발 전망이 밝습니다.

한국의 초고층 빌딩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지 않고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왔다는 점도 개발 압력을 크게 하고 있고요.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초고층 빌딩 시공 기술을 갖췄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지요."

일본 도심재생사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롯폰기힐스 설계를 담당한 미국 KPF사의 제임스 본 클렘퍼러 사장은 한국의 초고층 빌딩시장이 여러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클렘퍼러 사장은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왜 초고층이어야 하나(Why so high)'란 주제의 강연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규제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서울은 초고층 빌딩 건설에 유리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의 경우 8층 이상 빌딩을 짓지 못하게 하지만 한국은 그 정도로 규제가 심하지는 않다"며 "게다가 서울은 지반이 뉴욕처럼 단단해 런던이나 상하이처럼 초고층 빌딩을 짓기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5년 한국에 지사를 개설한 KPF사는 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앞으로 1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되는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를 설계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서초삼성타워와 동부 강남금융센터 등을 담당했다.

지금은 세계적 구조설계 업체인 ARUP와 함께 상암DMC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클렘퍼러 사장은 여러 부분에서 초고층 빌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은 강남 여의도 도심 분당 일산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들 지역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랜드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카이라인도 좋아진다"며 "초고층 빌딩은 넓지 않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고층 빌딩은 한번 지어지면 다른 건물보다 훨씬 영구적인 만큼 만들 때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렘퍼러 사장은 "서울에서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것은 남산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행을 따르기보다 문화와 역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가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고 가정할 때 한강의 경우 강폭이 넓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만 센강처럼 좁다면 매력이 없어 설계를 의뢰해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