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과학혁명 등이 조선의 한 인물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언뜻 들었을 땐 허무맹랑한 이 질문도 소설 <<구텐베르크의 조선>>(전3권,예담)을 읽고 난 뒤에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이 작품은 15년 전 역사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판매부수 150만부를 넘기며 공전의 히트를 쳤던 작가 오세영씨(사진)의 신작이다.

소설의 단초는 2005년 5월 '서울 디지털 포럼 2005'에 참석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근대 활판인쇄술의 발명자인 구텐베르크가 사실은 조선의 금속활자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발언에 충격을 받은 작가는 3년간 방대한 역사 자료를 모아 소설을 썼다.

이 작품은 장영실과 그의 제자인 활자주조장 석주원이 세종의 밀지를 받고 명나라로 건너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새 활자를 주조한 그는 사마르칸트에서 교황 사절단을 만나고,우여곡절 끝에 독일 마인츠에 있는 구텐베르크를 만나 새로운 금속활자를 주조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200년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한 고려의 인쇄술,훈민정음이 반포되기 전 장영실이 주축이 돼 만든 갑인자(1434),구텐베르크의 성서 인쇄(1448) 등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사마르칸트,조선을 종횡무진 오가며 세계를 하나로 묶어냈다.

한 조선인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금속활자가 만들어지고,이에 따라 소수의 전유물이던 책이 대량생산되면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혁명이 가능했다는 가설도 설득력 있다.

단순히 역사와 허구를 가미한 것 이상의 매력도 있다.

동양과 서양,장인과 실용 등 서로 다른 것들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지는 여정이 돋보인다.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 화두인 현재의 시대 상황까지 담아냈다.

각권 뒤에 소설과 함께 볼 수 있는 관련 자료 그림들을 부록으로 넣어 내용의 신뢰성과 읽는 재미를 더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