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옛날약만 먹으라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래 전 적자로 돌아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이어 국민건강보험마저 조만간 곳간이 텅텅 비게 됐다니 걱정이 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제약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건강보험의 적자 규모가 올해 1433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상 누적적립금이 7518억원인 만큼 보험료를 11% 이상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자금 차입으로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건보의 의료보장 기능이 뿌리째 흔들릴 것은 뻔하다.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6% 이상 오른 보험료를 묵묵히 내온 가입자들 입장에선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건보재정이 파탄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노령화와 의약분업으로 병ㆍ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보험급여가 매년 12%가량 증가하는 데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조금 웃도는 집단인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의료비 지급 책임이 정부에서 건보공단으로 바뀐 탓도 적지 않다.
물론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성과를 당장 낼 수 있는 보험약가 통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건보 혜택을 받는 신규 의약품을 엄격히 선정하는 데다 건보공단과 약가협상까지 갖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이미 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도 비용ㆍ효과 분석을 통해 약가를 낮추거나 급여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중이다.
기존 약보다 '획기적'으로 약효가 뛰어나지 않은 신약의 경우 기존 약만큼 값을 인하하지 않는다면 보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10여년 전에 내놓은 신약과 중저가 복제약 등 '옛날약' 들만 건보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약가인하 정책은 득보다 실을 초래할 우려가 적지 않다.
재정절감 효과부터 의문시된다.
정부는 2006년 11월 일반약 복합제-진해거담제,제산제등 24개 성분 728개 품목을 보험대상에서 제외했지만 1년 뒤 평가에서 약제비는 오히려 5.2% 늘어났다.
성분과 제형이 다른 고가약들이 대체 처방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피해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기존 약에 내성이 생겨 신약을 먹어야만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은 신약이 보험약으로 등재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미리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효능을 개선하고 부작용도 줄인 약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비용과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마당에서 누가 신약 개발에 나서겠는가.
제약업계 옥죄기에 나서기 앞서 정부가 할 일은 많다.
'의료쇼핑'부터 고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 사람이 6개월 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7160일치 치료약을 처방받았던 사실이 드러난 게 지난해다.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구조조정,의료전달 시스템의 철저한 관리,일반약에 대한 홍보와 교육으로 가벼운 질환 환자들의 약국 이용 늘리기,환자 식대 지급 관행 개선 등도 절실하다.
정부가 건보재정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환자들에게는 보다 좋은 약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도 이를 짓밟을 수는 없다.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 swchoi@hankyung.com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제약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건강보험의 적자 규모가 올해 1433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상 누적적립금이 7518억원인 만큼 보험료를 11% 이상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자금 차입으로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건보의 의료보장 기능이 뿌리째 흔들릴 것은 뻔하다.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6% 이상 오른 보험료를 묵묵히 내온 가입자들 입장에선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건보재정이 파탄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노령화와 의약분업으로 병ㆍ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보험급여가 매년 12%가량 증가하는 데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를 조금 웃도는 집단인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의료비 지급 책임이 정부에서 건보공단으로 바뀐 탓도 적지 않다.
물론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성과를 당장 낼 수 있는 보험약가 통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건보 혜택을 받는 신규 의약품을 엄격히 선정하는 데다 건보공단과 약가협상까지 갖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이미 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도 비용ㆍ효과 분석을 통해 약가를 낮추거나 급여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중이다.
기존 약보다 '획기적'으로 약효가 뛰어나지 않은 신약의 경우 기존 약만큼 값을 인하하지 않는다면 보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이 10여년 전에 내놓은 신약과 중저가 복제약 등 '옛날약' 들만 건보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약가인하 정책은 득보다 실을 초래할 우려가 적지 않다.
재정절감 효과부터 의문시된다.
정부는 2006년 11월 일반약 복합제-진해거담제,제산제등 24개 성분 728개 품목을 보험대상에서 제외했지만 1년 뒤 평가에서 약제비는 오히려 5.2% 늘어났다.
성분과 제형이 다른 고가약들이 대체 처방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피해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기존 약에 내성이 생겨 신약을 먹어야만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은 신약이 보험약으로 등재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미리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효능을 개선하고 부작용도 줄인 약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비용과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마당에서 누가 신약 개발에 나서겠는가.
제약업계 옥죄기에 나서기 앞서 정부가 할 일은 많다.
'의료쇼핑'부터 고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 사람이 6개월 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7160일치 치료약을 처방받았던 사실이 드러난 게 지난해다.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구조조정,의료전달 시스템의 철저한 관리,일반약에 대한 홍보와 교육으로 가벼운 질환 환자들의 약국 이용 늘리기,환자 식대 지급 관행 개선 등도 절실하다.
정부가 건보재정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환자들에게는 보다 좋은 약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도 이를 짓밟을 수는 없다.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