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꿈도 항공이나 해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거나 지칠 때 혹시 다른 길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조양호 회장은 이렇게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세스나기를 탔던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뇌리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을 정도로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었던 탓에 다른 길을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03년 2월13일."선대 회장님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창업 정신을 이어받아 제2 창업의 각오로 한진그룹을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 기업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조 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 일성은 유년기의 꿈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각오였다.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회장은 엔지니어로 출발해 항공사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 최고경영인이기에 앞서 30여년간 한 사업에 전력 투구해온 물류 전문가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초보 조종사들의 가벼운 실수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았다.

비행기를 구매할 때도 제작사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행기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항공기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요즘도 항공기 시뮬레이션 게임을 종종 한다.

조 회장은 "게임을 하다 보면 전략적인 사고는 물론 전문용어와 친숙해져 항공 전문가들과 대화할 때 아주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국제 항공업계에서 조 회장은 전문적인 식견과 폭넓은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유력 인사로 통한다.

지인들은 조 회장을 얘기할 때 대기업 오너답지 않은 '인간적인 소탈함'을 주저없이 꼽는다.

몇 년 전 한진그룹의 한 임원이 암에 걸린 사실을 전해듣고,조 회장은 직접 암 치료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을 직접 수소문해 치료받게 했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대한항공 임원들이 참석하는 임원회의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커피 브레이크' 방식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조양호 회장 약력

△1949년 인천 출생
△1964년 경복고등학교 입학
△1968년 미국 쿠싱아카데미 고교 졸업
△1974년 대한항공 입사
△1975년 인하대 공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1979년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6년 (現)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2003년 (現) 한진그룹 회장
△2004년 프랑스 레종도뇌르-코망되르 훈장 수훈
△2005년 몽골 북극성훈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