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들에게 바흐는 한 번은 넘어야할 산이라고 한다.

서양음악의 기본이 바흐의 곡들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48곡으로 구성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2권은 C장조에서 b단조에 이르는 12개의 장,단조를 모두 사용하면서 대위법의 여러 기술과 다양한 인간감정을 보여준다.

특히 2권은 1권보다 난도가 높아 암보(악보를 외우는 것)로 곡을 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홍혜도씨(45·사진)가 5월6일 금호아트홀에서 바흐 피아노 독주회를 갖는다.

2006년부터 시작한 바흐연주기획에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을 두 차례에 걸쳐 연주한 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 무대다.

1999년 4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5년에 걸쳐 '바흐 건반음악 전곡 시리즈'를 완성했던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후 국내에선 두번째 시도되는 바흐 전곡 연주 시리즈다.

홍씨에게 바흐의 작품들은 피아니스트로서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이름을 좀더 알리고 싶다면 관객들이 '아름답다'고 감탄할 만한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들을 치는 게 맞지만,도전 정신으로 보자면 바흐에 더 끌렸기 때문이다.

"재미 있고 듣기 좋은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면 바흐의 음악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가 바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울음대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 시절부터였다.

함부르크 국립 음악 대학에서 바흐와 고전음악의 뛰어난 해석으로 명성있는 에브게니 코롤리오프 교수의 문하에서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바흐를 알게 됐다.

"바흐는 음악 언어의 모든 비밀을 작품 안에 숨겨뒀어요.

그걸 하나하나 밝혀내는 재미와 성취감이 대단하죠."

하지만 도전 정신만으로 시작하기엔 바흐 음악은 너무 어렵다.

여느 음악보다 준비 기간이 3주일 정도 더 걸린다.

보통 오른 손은 멜로디를 연주하고 왼손은 화음을 따라간다면 바흐는 두 손 모두 '각개전투'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고음·중음·저음 등 3개 성부 뿐 아니라 4성,5성부도 있도 있어 한 연주자가 두 사람 분을 치는 것과 같다.

"차라리 암보는 쉬운 작업입니다. 모든 음이 인과관계 속에 이뤄져 있어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으로 연주하는 게 관건이지요.

그만큼 어렵지만 바흐를 한 번 연주할 때마다 내가 성장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욕심을 내서라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홍씨는 내년 초 파르티타와 골드베르그 변주곡으로 바흐 연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 후반에는 평균율 클라비어 1권을 끝내고,2010년에는 푸가의 예술을 완성하면서 기나긴 바흐 여정을 끝낼 계획이다.

(02)6303-1924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