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접고 감세로 전환….'

경기 회복의 해법을 놓고 정부가 결국 추경 편성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단기적ㆍ가시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산운용 전략을 다시 짜라고 주문,사실상 추경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감세론이 힘을 받으면서 향후 당정 간 정책 조율이 어떤 방식으로 재정립될지 주목된다.

◆'이한구 장벽'으로 감세 전환

정부는 현재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 등으로 한정돼 있는 추경 예산의 편성 근거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손질하자고 나섰지만 여당 정책 방향의 '키'를 쥔 이한구 정책위 의장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추경 편성을 포기했다.

정치권에선 추경 편성을 제안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감세 및 규제 완화가 근본 해법이라며 첨예하게 맞선 이 의장 간 격돌에서 "일단 이 의장이 판정승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 정책위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추경은 우리(한나라당)도 반대할 뿐만 아니라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면서 "결과가 뻔한데도 임기 중에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옛날 스타일을 고집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추경을 추진했더라면 한나라당이나 정부가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책위 의장은 경제 활성화가 국가 재정의 건전화와 민간의 자율 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소신을 견지해왔다.

◆청와대 '추경 논란' 마침표

이 대통령은 이날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을 늘려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 정책위 의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열흘 이상 끌어온 추경 논란에 방점을 찍은 것은 여론 악화를 우려해서다.

추경 문제로 당ㆍ정 마찰이 격화되면서 새 정부 초기부터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정책위 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의 반대 의견이 강해 추경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다분히 깔려 있는 듯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추경 편성을 추진하기에는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 의견도 있고,야당이 반대하는데 밀어붙이기도 어렵다"며 "현재는 여소야대 국회 아니냐.시간을 갖고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신 기초 체력을 먼저 다질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 7%를 하겠다고 했다"며 "금년에,내년에도 달성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7% 성장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7% 성장률' 공약이 당선인 시절 '임기 5년간 평균 7%'로 바뀐 데 이어 또다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8대 국회가 출범하는 6월 이후 추경예산 편성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임시 국회에서 추경 논의가 물건너갔으나 올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