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3월 "세계의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서 배제된 기후 협약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닐 뿐더러 성과를 가져올 수 없다"면서 "교토의정서를 실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7년 뒤인 지난 16일 부시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임기를 불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 교토의정서 비준거부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친환경 시대의 요구에 부시 대통령이 굴복했다는 평가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7일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지도자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은 바로 여론 때문이다.

'퓨 글로벌 애티튜드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37%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환경 문제를 꼽았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미국 대선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 공약을 내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도 친환경 과제 실행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기후 변화가 주요 의제가 될 G8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 역시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역시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위크는 청계천 복원을 예로 들며 이 대통령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서울 시장 재임 시절 서울을 친환경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공공정책프로그램의 존 홀드런 교수는 "기후 변화가 서구 산업화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던 개발도상국들도 환경 문제가 자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