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수백 장씩 지원서를 냈어도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야만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청춘의 꽃이 피기도 전에 지는 게 아닌가 가슴이 저릿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 교육은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대학 신입생 모집 광고에 ‘취직률 oo%’란 카피를 제일 크게 내세울 정도다. 다시 말해 이 시대 교육은 취업에 강해야 우대받는다.

그래서 재학시절부터 어학은 기본이고 각종 기능사 자격증, 해외 연수, 유학에 매달린다. 신입 사원 채용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도리를 다하기 위해 허리가 휘더라도 남들만큼은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그러나 막상 인재를 선발하는 기업의 인사의 원칙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어떤 금융회사의 사장에게 신입사원 선발 원칙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흔히 꼽는 열정, 성실, 정직, 능력, 학력이 아니었다.

“지원자가 고생을 해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 회사 최종 면접에 선발된 지원자 중에는 그야말로 ‘빵빵’한 간판이 많았다. 면접을 하면서 해외 학위 소지자, 고위 공직자 부모를 둔 자, 집안이 부자인 자, 심지어 박사 학위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물리치고 최종 합격한 자는 중산층이하의 평범한 지원자였다.

“부모와 재산 현황을 봅니다. 다음 그 사람의 학벌과 인성을 봅니다. 그래서 엘리트 코스를 순탄하게 걸어온 자는 탈락시킵니다. 우리 회사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해야하는 일에는 ‘헝그리 정신’이 없는 사람은 ‘땡’입니다.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게 아니라 회사에 쓸모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 쓰려고 뽑는 것이지 떠받들기 위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 회사만큼은 높은 학력, 넓은 해외 경험이 곧 경쟁력이란 일반적인 원칙에 벗어나는 채용 원칙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장의 기준으로 보자면 경쟁력은 학벌, 자격증, 인격보다 ‘고생’인 셈이다. 남의 자식만큼 과외 못시키고 학비를 못 대서 죄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참으로 위안이 되는 신입사원 채용 원칙이 아닐 수 없다.

인허가 업무에는 정직성이, 공무원은 성실성이 필요한 것처럼 회사마다, 업무에 따라 원하는 신입사원 상이 다르다. 이런 회사처럼 채용의 조건이 반드시 학벌과 지식이 아닌 회사도 있으니 취업 지원자들은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고생’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 잘 어필하길 바란다.

그 금융회사 사장을 만나면서 적어도 이 사람은 ‘사장의 조건’에 합격점이라고 나는 평가했다. 회사를 살리는 인재를 잘 선발할 수 있는 안목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개의 회사 사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니겠는가.(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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