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지역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지난 정부의 최대 관심사이면서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이 문제가 현 정부 들어서도 비켜갈 수 없는 과제가 될 것 같다.

하기야 같은 나라에 산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방이 서울에 대해 박탈감을 가지고 있으니 어떤 정부라도 이 문제를 외면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근본적으로 세계화라는 조건이 놓여 있다.

지역 간의 격차가 한국 내에서의 서울과 지방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의 서울과 지방이라는 구도 속에서 결정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각국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한 경쟁에서는 국가 단위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능력이 중요하다.

한 국가의 경쟁력도 세계적으로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도시를 몇 개나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 나라가 과거식 지역 균형발전을 포기하고 자국의 경쟁력 있는 도시를 내세워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능력이 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 간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다.

거품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지난 5~6년간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오른 곳은 바로 그런 능력이 있는 도시들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의 '버블 세븐' 지역이 그 하나에 낄 수 있다는 것은 일단 자산(資産)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수도권을 규제해서 지방을 살린다는 공식이 통하기 어렵다.

지방이 세계 속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이 아니라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해결책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지방이 자신의 발전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 시야가 필요한 작업이다.

세계적 수준의 인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인재를 일차적으로 끌어와야 하는 기구는 지방의 발전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돼야 할 것 같다.

나아가서 그런 연구의 바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 대학에 인재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뿐 아니라 외국에서 누리는 수준 이상의 처우를 해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 외에 방법은 없다.

소득뿐 아니라 자녀 교육 등 조건에서도 그래야 한다.

그리고 높은 생산성을 가진 세계적 인재들은 같이 그룹을 이루어야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규모 이상의 그룹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지방 대학의 경우에는 그렇게 해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나라 전체로 보아 또 다른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미 위험 수위에 와 있는 입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큰 돈'이 든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이 첫째 해결책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앙정부가 도와야 할 것이다.

그 금액이 적지 않겠지만 그 부담을 주로 져야 하는 수도권 입장에서는 규제를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필요하면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를 재검토해서 재원(財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자본을 투입해서 인재를 모으고 인재가 모여서 다시 자본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정 과제가 그렇지만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먼저 문제의 맥을 짚어서 요긴(要緊)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해답이다.

새 정부가 전 정부보다 좀 더 그런 식의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