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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ㆍ기아차 산하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서는 모기업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에게 '고객 최우선 경영'이란 책을 나눠줬다.

책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질문 1.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 이유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제 자리에라도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질문 2. 아프리카 초원에서 굶주린 치타에게 쫓기는 톰슨가젤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톰슨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면 된다."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시장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기거나 죽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것.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바로 '고객'에게 있다고 책은 결론 내린다.

모든 기업 활동은 고객에게 맞춰져야 하고,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울 나라의 엘리스',매일 맹수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놓인 톰슨가젤(사슴과 동물)과 매일 먹잇감을 찾아야 하는 사자 우화를 소개한 '마시멜로 이야기'는 기업가들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위기는 평소에는 잠복하고 있다 느닷없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는 언제나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만이 아니라 그의 경쟁자도 최선을 다해 달리기 때문에 단지 열심히 달려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세계화된 오늘의 살벌한 경쟁체제를 정글 속의 사자와 가젤의 이야기에 비유한다.

아침이면 달려야 하는 아프리카 사자와 가젤처럼 기업가에게 질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선진국 기업과 일 대 일로 겨루어 살아남아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도 정글에서 사자와 경쟁하는 가젤과 같아졌다.

외형은 작지만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중소기업들의 쉼 없는 질주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소형 기전공학기술을 열교환기 분야에 접목시켜 크기를 대폭 줄이고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인 제품을 개발한 ㈜이노윌,새로운 'RNA'(리보핵산) 원천기술을 개발해 항암제 및 항바이러스제 상용화 단계에 임박한 바이오 벤처기업 ㈜제놀루션,'스프링클러용 플렉시블 조인트'를 국산화시켜 일본에 역수출한 건축용 소방자재 생산업체 승진산업㈜,하이테크 기상관측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대부분의 기상관측소에 납품한 ㈜지비엠아이엔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이름은 낯설지만 공통점이 있다.

숨은 기회를 포착하고 중단 없는 질주를 통해 생존력을 키웠다는 점이다.

불모지의 영역에서 신화를 이뤄낸 이들 기업에 있어 '정체'와 '안주'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항상 마지막이란 각오로 시장을 개척했고,이 같은 전력질주는 해당시장에서 굳건한 아성을 구축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협력하는 노사관계,바이어와의 신뢰,맞춤형 마케팅전략 등이 그들을 '작은 영웅'으로 만든 동인이다.

그들은 중소기업에 '한계도 불가능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사례는 발상의 전환 외에도 한계의 벽을 깨부순 용기와 추진력이 엿보인다.

이는 위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저앉는 기업과 기회로 활용해 도약의 뜀틀을 넘는 기업의 차이이기도 하다.

위기란 때로는 단숨에,때로는 서서히 다가온다.

어느 경우든 필요한 것은 경영자의 혁신마인드와 질주본능이다.

위기는 도처에서 나타나는데,불행하게도 이를 매번 극복할 수 있는 기업가는 흔치 않다.

어떤 기업가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은 여러 번의 달리기에서 상대방을 이겼다는 것,이를 위해 한두 번의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무언가 준비했음을 의미한다.

눈앞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가라면 인정받아야 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