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정] 인플레와 전면전 벌였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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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정치학자가 할 일이 참 많겠습니다.”
오래 전 외국의 노교수 한 분이 나에게 한 말이다.어디 정치뿐이겠는가.한국의 20세기는 바람 잘 날 없는 격동의 시대였다.특히 5공화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드라마틱한 시기였다.2차 오일쇼크의 위기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었다.아마 경제를 살리는 길만이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잠재울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공 경제 기틀 마련의 중심 인물이었던 김재익이 대통령을 수행하던중 아웅산 묘소에서 순직한 지도 어언 25년이 되어 간다.전두환 시대의경제를 다룬 이 책의 초판이 나온 지도 17년이 되었다.그런데 지금,왜 이 책이 다시 주목받고 개정증보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대답은 25년 전의 상황이 지금의 그것과 무관하지 않고,그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난관 타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것이다.
김재익을 아끼는 주변의 친지들 중에는 그가 정통성 없는 정부의 경제수석 자리를 맡은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비록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나,내부적으로 방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경제가 잘돼야 국민의 생활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미국에 유학하면서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꾼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그는 경제의 자유화,개방,세계화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또한 설득의 달인이었다.정부 관리는 물론 기자,정치인,학자,기업인 등 김재익을 만난 국내외 사람들은 그의 논리와 정책에 수긍하지 않는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설득의 가장 중요한 대상자는 대통령이었다.김재익은 당시 만성적인 인플레를 퇴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전두환 대통령에게“인플레는 근로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그냥 빼앗아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그로부터 전 대통령이 인플레 퇴치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였던 것은 물론이다.
전 대통령이 김재익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경제 논리에 충실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덕분에 한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단군 이래의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권 말기에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그 결과 안타깝게도 경제가 다시 엉망이 되기시작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이장규의‘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당면 과제 해결에 유용한 지침을 제시할 것으로 믿는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고려대 명예교수
오래 전 외국의 노교수 한 분이 나에게 한 말이다.어디 정치뿐이겠는가.한국의 20세기는 바람 잘 날 없는 격동의 시대였다.특히 5공화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드라마틱한 시기였다.2차 오일쇼크의 위기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었다.아마 경제를 살리는 길만이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잠재울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공 경제 기틀 마련의 중심 인물이었던 김재익이 대통령을 수행하던중 아웅산 묘소에서 순직한 지도 어언 25년이 되어 간다.전두환 시대의경제를 다룬 이 책의 초판이 나온 지도 17년이 되었다.그런데 지금,왜 이 책이 다시 주목받고 개정증보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대답은 25년 전의 상황이 지금의 그것과 무관하지 않고,그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난관 타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것이다.
김재익을 아끼는 주변의 친지들 중에는 그가 정통성 없는 정부의 경제수석 자리를 맡은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비록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나,내부적으로 방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경제가 잘돼야 국민의 생활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미국에 유학하면서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꾼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그는 경제의 자유화,개방,세계화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또한 설득의 달인이었다.정부 관리는 물론 기자,정치인,학자,기업인 등 김재익을 만난 국내외 사람들은 그의 논리와 정책에 수긍하지 않는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설득의 가장 중요한 대상자는 대통령이었다.김재익은 당시 만성적인 인플레를 퇴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전두환 대통령에게“인플레는 근로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그냥 빼앗아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그로부터 전 대통령이 인플레 퇴치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였던 것은 물론이다.
전 대통령이 김재익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경제 논리에 충실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덕분에 한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단군 이래의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권 말기에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그 결과 안타깝게도 경제가 다시 엉망이 되기시작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이장규의‘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당면 과제 해결에 유용한 지침을 제시할 것으로 믿는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