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기업 투자와 직결된 핵심 애로사항을 속도감 있게 해소해 가시적인 효과를 유도하겠다"고 밝히는 등 투자와 관련된 기업 규제를 집중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감세는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그 효과도 간접적인 만큼 최근의 급박한 경기 악화에 대응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경기 하강국면 진입"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최근 경기선행지수 하락세와 재고출하순환이 경기 둔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그리고 장.단기 금리차 축소 등 주요 경제 지표의 움직임을 볼 때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경기 하강국면 진입'을 공식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고용 지표의 악화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신규 고용이 20만명 내외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목표치(35만명)는 물론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해 수준(28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고용 사정 악화는 향후 민간소비 및 서비스업 활동 등 내수 경기 전반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가도 대내외 여건 악화로 당초 목표(3.3%)보다 높은 3.5%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활성화에 총력

추경을 통한 재정지출이 18대 국회 출범 전까지는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정부는 기업 투자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날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대거 만난 것도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공공부문에서도 투자를 늘린다.

항만과 도로 등 성장 촉진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중심으로 5조원 정도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정부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5조3428억원 가운데 5조4133억원을 지방 교부세와 교부금으로 지방자치단체들에 일괄적으로 나눠줬다.

지난해보다 집행 시기를 5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재정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살리기 사업 등에 (이 돈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 추경 재추진

정부는 또 지난해 세계잉여금 잔액 4조9000억원으로 추경예산 편성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 편성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기에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라며 "18대 국회가 출범한 뒤 '한나라당의 새로운 정책위 라인'과 협의해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장도 "정부가 추경예산 편성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재정지출 확대가 감세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크고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세계잉여금 처리는 추경예산 편성과 감세,국가채무 상환 등 세 가지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당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승윤/차기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