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보다 점수가 많이 난다.

28일까지 98경기에서 나온 8개 팀 합계 득점은 870점(경기당 8.88점)이었고, 투수 평균자책점은 4.13에 이르렀다.

지난해 5월5일까지 99경기 합계 득점(818점.경기당 8.26점)이나 평균자책점(3.61)과 비교해보면 시즌 초에 되풀이되는 `타고투저' 현상이 올해 유독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뭘까.

홈런이나 안타가 늘었을까.

홈런은 지난해(126개)나 올해(129개)나 큰 차이가 없다.

안타도 1천669개에서 1천695개로 1.56% 늘어났을 뿐이다.

득점 증가의 원동력은 30.7%나 급증한 도루.
작년 같은 기간에 150개였던 도루는 올해 196로 늘어났다.

경기당 1.52개에서 2개꼴로 많아졌다.

덩달아 도루 실패도 73개에서 102개로 늘어났다.

두산과 SK의 전매품으로 여겨지던 `발야구', `뛰는 야구'는 올해엔 LG는 물론 한화, 롯데, KIA로 확산됐다.

특히 지난해 26경기에서 11번 도루를 시도해 9번 성공한 한화가 올해엔 29번 뛰어서 22번이나 루를 훔쳤다는 건 인상적이다.

시즌 초반 프로야구는 `타고투저(打高投低)'라기 보다는 `주고투저(走高投低)'양상인 셈이다.

이효봉 KBS 해설위원은 이 원인을 그린라이트(주루플레이 자율권)의 증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요즘 감독들은 따로 `뛰어라'라는 사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뛰지 말라'는 사인만 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8월 베이징올림픽 휴식기를 감안해 개막 시기를 앞당긴 것이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투수들이 시즌 초에 고전하고 있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볼넷이 작년 같은 기간 711개에서 올해 767개로 늘어난 것은 투수들의 제구력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타고투저'나 `주고투저'는 시즌 초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까.

이 해설위원은 "매년 4, 5월은 타고투저였다.

날이 더워지면 마운드의 우위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타고투저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타자들의 타격이나 주루 플레이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와 비교해볼 때 투수들의 제구력 개선 속도가 더딘 게 사실"이라며 "일부 A급 투수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타자들의 우위가 확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