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글로벌화 발목잡는 '新내셔널리즘'
"글로벌화로 내달리던 세계가 새로운 내셔널리즘(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 경계와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화 행진에서 이제는 각국이 장벽을 다시 높이는 '신(新)내셔널리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5년 글로벌화를 비유한 '세계는 평평하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화의 물결은 10년 전만 해도 지구촌을 뒤덮었다.

금융위기를 맞은 아시아와 남미,러시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났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무역 협상을 추진했다.

인터넷 등 신기술의 발달은 물리적 국경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데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자원의 국유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각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에너지 식량 해외투자는 물론 금융 및 이민 규제 등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신내셔널리즘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유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러시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은 외국 자본 소유의 석유기업 지분을 국유화함으로써 신내셔널리즘 경향을 분명히 했다.

또 최근 아시아 국부펀드들은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식량 가격 급등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에 쌀 수출을 통제하게 하는 등 식량 부문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정부의 규제가 없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퇴색해 이제는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강화할지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