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부실 인사검증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들의 재산공개에 따른 각종 의혹에 당혹해하고 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이 부동산 투기의혹 논란 끝에 결국 중도 하차했다.

이춘호 여성,박은경 환경,남주홍 통일장관 내정자에 이어 새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고위공직자로 벌써 네 번째다.

논란에 휩싸인 비서관이 더 있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존재는 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권마다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는 장관이 줄을 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 세 명의 장관이 임명된 지 열흘을 전후해서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대 복지부 장관이 임기를 두 달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고, 장상 장대환 총리후보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기준 교육부총리와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검증의 덫에 걸리는 등 각종 의혹으로 중도하차한 인사가 10여명에 이른다.

낙마사유도 거의 판박이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논문 표절,이중국적 의혹 등이 주 메뉴였다.

현 정부에서 불거진 의혹도 이 범주에 있다.

여론이 따가워질 때마다 청와대는 시스템 정비를 들고 나왔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청와대는 정밀검증을 위한 복수의 검증팀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 법 위반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등 도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과연 이런 제도개선만으로 부실검증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까.

단순히 제도의 문제라면 매 정권이 보완했던 만큼 '부실인사 기용과 의혹제기,낙마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는 않았을 게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귀착된다.

무엇보다 인사권자의 의지와 스타일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갖는 권력제도의 특성상 대통령의 생각이 절대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회전문 인사'얘기가 나온 것은 믿고 의지하는 극소수의 인재풀에 의존한 盧心에 기인한 것이다.

새 정부 인사가 실패한 것도 실용코드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실용코드가 지나치게 부각되다 보니 대통령 주변에 "도덕성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게 도덕성의 잣대를 낮춘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난히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는 한국적 연고주의도 인사실패의 한 요인이다.

영남정권에서 나타난 영남출신의 고위직 독식과 호남정권에서의 호남출신 인사의 도약은 뿌리 깊은 연고주의 인사의 단적인 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승리에 기여한 측근들이 인의 장막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연고를 따지다보면 자연 인재풀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인사권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고위직에 오른 인사들 대다수는 대통령 주변과 직ㆍ간접적인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다.

'고소영 내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이라는 비판의 배경이다.

여기에 일부 측근만 참여하는 통과의례 성격의 폐쇄적인 검증이 더해지면서 총체적인 부실인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지도자의 높은 도덕적 잣대와 연고주의에서 탈피한 폭넓은 인재풀 활용이 시스템 개선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한 '인사=망사'가 되는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