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BIS 비율을 사수하라.' 하나은행이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0.24%.지난해 말 기준 11.75%보다 무려 1.51%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이 급등했거나 부실이 심화된 것도 아닌데 BIS 비율이 뚝 떨어진 것은 건전성 기준이 한층 강화된 신BIS비율(바젤2)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도 올 1.4분기 신BIS 비율이 10.45%로 예전 기준 적용시보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은행들이 BIS 비율 하락으로 초비상이 걸렸다.

관리목표인 10%대를 위협할 정도로 비율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으로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지만 그래도 비율 하락이 예상보다 가파르자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대출한도 미사용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대출 표준약관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은행과 100억원의 대출한도 약정을 맺은 기업이 이 중 절반만 사용하고 있으면 나머지 50억원을 대출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미사용 한도라도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으로 간주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그만큼 자본충담 부담이 커져 BIS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총 대출에서 한도거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고,이 중 소진율은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는 우선 기업 고객의 신용등급이 악화할 때 자동으로 취소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 표준약관 변경을 요청하고 취소 가능 약정을 선택하는 업체에는 수수료나 금리 등에서 이익을 주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은행들은 한도소진율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미사용분만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또 BIS 비율 산출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을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에 적극 요청키로 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대기업, 중소기업, 소매 모형 관련 전체 대출 자산에 대해 내부등급법 사용승인을 받은 신한은행은 표준등급법 적용 때에 비해 신 BIS 비율이 2.1%포인트 높아져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0%를 유지하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이 11.7%였으나 신BIS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비율이 10.6%로 낮아졌다"며 "신용평가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운영하면서 관리목표인 10.5%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정인설 기자 sglee@hankyung.com




용어풀이

신BIS 비율 =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새로운 기준의 은행 자기자본비율.

기존에는 부도위험에 상관없이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했으나 신BIS비율은 대출금의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해 적용한다.

고객의 미래 신용 위험까지 반영돼 은행의 BIS비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