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유화학이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지 나흘만에 자금 조달 목적을 바꿔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화석화는 지난 25일 ‘기타 자금’ 목적으로 452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해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 자금용이란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한화석화는 29일 금융당국에 예비사업설명서를 제출, 공시하면서 조달되는 자금 중 4513억원을 ‘시설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성 닝보 지역의 공장 건설과 전남 여수공장 부지에 염소와 가성소다 등 신규 설비 증설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공시에서 ‘대규모 투자 및 출자 등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의 기타 투자 또는 일반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증권가 전문가들은 M&A 자금용이라는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점을 활용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석화 내부 자금이나 차입금으로도 시설 투자 자금은 충분히 마련 가능하다”며 “유상증자 자금을 시설투자로 쓰고, 시설투자에 쓸 돈을 M&A에 쓴다고 하면 겉으론 봐서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화석화가 그룹 내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화석화는 한화 본사 빌딩을 사는데 3500억원 가량을 썼는데도 2000년 1조4700억원이던 차입금 규모를 9500억원 규모로 줄였다”며 “올해 EVITDA(법인세,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2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증자를 하지 않아도 시설투자 자금 마련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만약 설비투자 마련 목적이라면 첫 공시부터 그렇게 밝혔어야 했다”며 “한화그룹이 M&A에 나서는 데 이번 유상증자 자금이 사용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석화 주가는 지난 25일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면서 하한가까지 떨어진데 이어 28일도 8.95% 급락했다가 29일 1.05% 상승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