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18대 국회에서 재추진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추경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6월 18대 국회가 개원되면 한나라당의 새 정책위의장과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고,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누가 되더라도 추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이 의장을 만나 추경을 반대하는 이유와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재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고 한다.


"그때가 돼도 누가 정책위의장을 하건 추경은 못한다.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예산 편성을 할 때 '낭비예산'이라며 늘 비판해왔다.

그런데 그 예산에 추경까지 얹어서 쓴다고 하면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

특히 추경을 편성하려면 (요건을 엄격하게 만들어 놓은) 국가 재정법을 다시 고쳐야 하는데 그건 앞으로 걸핏하면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을 하겠다는 뜻이다.

정말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에서 세출을 20조원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액수까지 못박으며 약속한 거다."


―오늘 청와대에선 민간에서 정부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온 돈을 환원시키자는 것이지 인위적 부양은 아니라고 했다.

"정부가 민간(한국은행)에 빚을 많이 진 상태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에 빚을 갚으면 된다.

그러면 한국은행도 여유가 생겨 민간에 자금을 풀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민간에 돌려주면 되지 왜 꼭 추경으로 해야 하나.

그리고 정부는 정작 추경을 사용할 아이템도 정하지 않았다.

정말 경기진작 효과가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 28일 경기가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경기 사이클이 다소 내려가는 면이 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1분기 GDP가 전분기에 비해 0.7% 늘었지만 이는 전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5.7%나 늘었다.

소비자 기대지수도 올라가는 추세다.

민간연구소들도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큰일난 것처럼 얘기하는 건 어떻게든 추경을 편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없애면 투자는 늘어나게 되어 있다.

어제 대통령과 재계 총수 회동에서 30대 그룹이 올해 95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작년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기업들은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건 지난 정부가 경제를 파탄냈다는 그동안의 주장과 다르지 않나.

"경제가 파탄났다는 것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는 뜻이지 경기 사이클과는 관계가 없다.

잠재성장률 저하는 미시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결국 규제완화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물가 방어는 해야 한다.

52개 생필품에 대한 부가세 면제 등의 방안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재정부에서 추경을 고집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공무원들은 원래 돈 쓰는 걸 좋아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요즘 정부가 자꾸 사고치는 바람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10년 고생해서 정권 바꿔놨더니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는 얘기다.

나중에 인기 떨어지면 장관이 책임질 것인가?"

유창재/이준혁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