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불분명한 유상증자를 결정한 한화석유화학과 계열사를 동원해 인수합병(M&A)에 나선 한화에 대해 증권사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자의 목적을 한화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 자금 조달로 보고 있으며, 용도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주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꼬집었다.

29일 박대용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석유화학이 현 발행 주식 수의 40% 이상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도 구체적인 용도를 주주에게 명시하지 않았으며, 제일화재 인수에 실질적인 시너지가 없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됐다는 점 등은 주주가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 M&A에 대해서는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화에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단독 인수를 위해서는 5조~8조원 수준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며, 그룹 계열사의 유상증자 또는 추가 차입, 자산 매각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국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석화가 유상증자로 주당 수익가치가 28.6% 희석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 자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 혹은 부정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준가가 가시화될 때까지 투자의견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상증자 목적과 관련 "유진증권 리서치센터는 한화그룹 차원의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M&A 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화그룹 대주주의 자금 부족으로 한화보다는 한화석유화학을 자금 조달 창구로 선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그룹에서 한화석화가 현금 창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재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28일 이을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주당 1만7500원의 가치로 평가됐던 한화석화의 주식을 1만1200원에 발행함에 따라 주당가치 희석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기준 가격에 30%의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가를 추산한 것.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한 투자로 큰 폭의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면 가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으나 CA(클로로알칼리) 설비 증설과 중국 PVC 설비 투자 계획을 제외하면 현재 예정돼 있는 대규모 투자안은 없다"고 밝혔다.

한화석화는 지난 25일 ‘기타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45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주 발행규모는 4040만주로 한화석화 총 주식 수의 40%, 자금 규모는 4994억원인 자본금 규모에 육박한다.

한편 한화와 한화석화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가 29일 오전 9시 37분 현재는 각각 1.44%, 0.70%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